[문화가 흐르는 한자]高速道路(고속도로)

  • 입력 2000년 7월 9일 20시 37분


高 速 道 路

捷-빠를 첩 疏-성길 소 假-빌릴 가

驛-역 역 站-역마을 참 嶺-재 령

흔히 道와 路는 ‘길’이라고 하여 구별없이 사용하고 있지만 지난번 소개한 ‘海洋’의 경우처럼 성격상 차이가 있다.

道路의 성격을 맨처음 규정한 것에 周禮가 있다. 여기에 보면 사람이나 소, 말이 지나다닐 수 있는 보통의 길은 徑(경), 牛馬車가 다닐 수 있는 이보다 좀 넓은 길은 畛(진)이다. 한편 途는 乘車(승거) 한 대, 道는 두 대, 路는 세 대를 수용할 수 있는 길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넓이에 따라 명칭이 달랐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지름길은 捷徑(첩경)이며 오솔길은 蹊(혜)라고 한다.

인류가 출현하여 정착생활을 하면서부터 내왕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길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자연히 물자의 유통도 이루어졌다. 이처럼 초기 인간과 물자의 疏通(소통)을 위해 생겨났던 길이 후에는 인간의 정신적인 疏通까지도 상징하게 되어 道德이니 道理, 道義, 正道, 孝道 등과 같은 말이 출현하게 된다.

하지만 옛날에 길은 국방과 연관되어 신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되었다. 자칫 잘 닦아 놓은 길을 이용하여 적이 침입해 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국에 길을 빌리는 이른바 假道(가도)는 종종 역사를 바꾸어 놓기도 했다. 따라서 길을 담은 地圖는 극비 군사기밀에 속하여 외부유출을 엄격하게 금하곤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治道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보다 체계적인 건설과 관리를 한 것은 고려가 중국 元나라의 例를 본떠 驛站(역참)제도를 시행하면서부터였다. 그 뒤 조선시대에 들어오면 漢陽을 중심으로 전국의 도로망을 정비하게 되는데 특별히 新都宮闕造成都監(신도궁궐조성도감)을 두어 도성 내의 궁과 함께 전국의 도로망도 다스렸다.

당시 전국에 ‘九大路’라는 것이 있었는데 현재의 경부선은 당시 第四路에 속했다. 漢陽을 출발하여 판교, 용인을 거쳐 충주를 지나 鳥嶺(조령)을 넘어 문경, 낙동강~대구~청도~밀양~양산~동래~부산을 잇는 길이었다.

현대판 第四路라 할 수 있는 경부고속도로가 준공된 지 30주년을 맞았다. 1968년 2월 착공하여 1970년 7월 7일에 완공을 보았으니까 만 2년 5개월의 초고속 건설이었던 셈이다. 총연장 428㎞의 이 길은 조국 근대화의 상징으로 지금 그 경제적인 효과는 연 3조원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북녘까지 관통할 수 있는 고속도로가 개통되기를 기대해 본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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