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민련의 '억지'

  • 입력 2000년 7월 9일 18시 34분


자민련이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상대로 벌이는 ‘표결 불참’ 투정은 명분에도 어긋나거니와 모양 또한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총선에서 원내의석을 17석밖에 얻지 못한 것은 어쨌든 자민련 스스로의 책임이며 업보다. 그런데도 마치 자신의 무능력을 세상 탓으로 돌리고 한강다리 위에서 자해(自害)소동을 벌이는 사람처럼 자민련은 국회 내 표결 불참을 을러대고 있다.

국회의사당에서의 표결 참여는 국회의원의 당연한 의무이며, 자랑스러운 권능이라고 할 것이다. 자민련이 그런 표결권을 ‘볼모’삼아 교섭단체 구성 하한선을 10석으로 완화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은 가히 체면도, 염치도 팽개치고 국민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민련은 당장 10일의 대법관 임명동의안 표결에서부터 실력행사를 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 표결 불참의 위력을 과시하기 위해 아예 표결 보이콧이 아니라 일단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명패를 넣고 찬반 의사는 밝히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반대표를 던지는 효과를 얻는 방안도 강구중이라고 한다. 실로 그들만의 파당적 이익을 위해 정치게임만 좇는, 국민을 짜증스럽게 하는 ‘몽니’요, 애처로운 곡예인 것만 같다.

자민련은 국민의 눈을 두려워해야 한다. 4월의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원내 교섭단체의 위상이 무너질 정도로 참패한 근본 원인을 자민련 지도부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니 자성의 태도도, 분발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국무총리까지 자당에서 내고도, 국정에 문제가 생기면 매사에 민주당 탓만 하니 여당인지, 야당인지 어지럽다는 소리가 나온다. 한편으로는 총재가 현직 총리로 일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 표결에 불참해 여당을 골탕먹인다는 기이하고도 모순된 정략을 공공연하게 소리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젊은 의원 10명이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한일의원연맹 회장 취임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낸 것도 많은 사람들이 눈여겨보고 있다. 그들은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굴욕적인 한일조약 체결의 당사자인 JP는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자민련의 ‘오너’가 젊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기피인물’시 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는 것이다. 자민련은 ‘표결 불참’같은 억지를 부리지 말고 겸허하게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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