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이승헌/국방부의 '허위방어'

  • 입력 2000년 7월 5일 18시 35분


본보 취재팀이 5일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단독보도한 ‘군 항공유 구매 정유사에 바가지 썼다’ 기사의 일부 내용은 타 언론사에서도 알고 있었다. 감사원 감사가 한창이던 5월29일 국방부 감사실장이 출입기자들에게 70일간의 엠바고(보도자제요청)를 전제로 일부 내용을 설명했던 것.

당시 그는 “감사결과에 대해 ‘이의신청’할 경우 재감사와 행정처리 등에 70일 정도 소요되니 8월 초까지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취재팀은 4일 오후 국방부 대변인실에 ‘이의신청’ 여부를 물었다. 대답은 “이의신청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번엔 감사원측에 물었다. “신청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날 국방부 조달본부의 한 관계자도 “이의신청을 한다면 우리가 의견을 제시해야 할텐데 그런 적이 없다”고 감사원측 답변을 뒷받침했다. 그럼에도 대변인실은 이날 밤까지 계속 “이의신청을 했다”고 브리핑했고 결국 일부 언론은 이같은 내용을 담아 ‘그릇된 기사’를 내보냈다.

국방부의 태도가 바뀐 것은 5일 오전. 윤일녕(尹日寧)대변인이 출입기자단에 “지금까지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고 그 점(허위 브리핑)에 대해 사과한다”고 털어놓은 것.

취재팀이 “왜 어제와 말이 다르냐”고 묻자 대변인실은 “참모진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무부서인 조달본부측이 일관되게 “이의신청하지 않았다”고 못박아 왔다는 점에서 그것은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이었다.

국방부는 이의신청을 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이 사안이 여전히 엠바고임을 강변하고 싶었던 것이다.

국방부는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는 주요부서이고 그 존립기반은 국민의 ‘원초적 신뢰’다. 그럼에도불구하고 ‘허위 브리핑’으로 일부 언론의 오보를 만들어내는 국방부 대변인실의 행태를 그대로 두고서 국방행정에 대한 국민 신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이승헌<기획취재팀>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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