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세종하이테크 사건] 투신회생에 찬물

  • 입력 2000년 7월 4일 18시 33분


투신권으로의 신규 자금 유입으로 주식시장이 되살아나려는 상황에서 불거진 코스닥종목 세종하이테크 주가 조작사건은 일부 투신 펀드매니저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어느 수준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결국 개인 투자자들은 이들 일부 펀드매니저들에 의해 농락을 당한 채 손실을 감수해야 했던 것.

▽도덕적 해이 심각〓증권업계에서는 세종하이테크 주가 조작에 가담한 펀드매니저들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세종하이테크가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펀드에 편입할 때 대단히 유망한 종목으로 분류한 것.

혐의를 받고 있는 펀드매니저들은 회사로부터는 정당한 보수를 받고 업체로부터는 ‘뒷돈’을 받은 셈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대한투자신탁 백한욱차장은 연봉 1억원을 받으면서도 부수입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의 행태는 ‘부실 수렁’에서 간신히 헤어나려는 투신권 전체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작년 8월에는 3투신 관계자들이 세종증권 대주주와 짜고 회사채를 비싸게 사들였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개인만의 잘못인가〓관련 투신사들은 모두 ‘펀드매니저 개인의 잘못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종목 편입과 펀드 운용을 펀드매니저 개인이 전적으로 좌우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투신업계의 일반적 지적이다.

특히 대투와 한투는 세종하이테크 주식을 거의 동시에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기관이 지분을 크게 낮춘 것은 대투가 4월 10일, 한투가 4월 11일로 거의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서로 의논해서’ 지분을 정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또 거의 모든 투신사들은 펀드 운용을 감시하는 컴플라이언스팀을 두고 있다. 고객이 믿고 맡긴 돈으로 주가 조작을 일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은 ‘등잔 밑이 어두웠던’ 셈이다. 이들이 구속되면서 기존 펀드(한투 6400억, 대투 3000억) 운용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실패로 끝난 작전〓이번 작전으로 대주주인 최종식대표 등은 이득을 얻지 못했다. 보유물량이 6월 11일까지 보호예수로 묶여 팔 수 없었던 것. 더구나 6월초는 이 종목 주가가 1만4000원대로 추락해 매도 차익을 크게 챙기기 힘들었다.

작전에 가담한 투신권은 대주주 보호예수가 풀릴 때까지 주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3월 이후 코스닥시장이 침체되면서 투신사에 환매 요청이 쇄도해 물량을 팔아야 했기 때문. 세종하이테크측은 거금을 들여 ‘남 좋은 일만 한 격’이 됐다.

그러나 주가 조작을 요구한 세종하이테크 대표가 가차명 계좌로 지분을 관리했거나 일부 가까운 투자자들에게 ‘작전’을 귀띔해 이득을 챙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증권업계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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