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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3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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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핸드폰으로 상대방과 통화를 하게 되면 대화내용에 신경쓰느라 주위 시선이 산만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래서 신호등이나 교통 표지판도 제대로 보지 못해 법규를 위반하기 일쑤였다.
얼마 전 이같은 나의 운전습관을 바꿔준 일이 있었다. 신호위반이라든가 갓길을 달리다 경찰에 걸리면 딱지를 뗀다. 근데 연예인들은 간혹 얼굴을 보여주면 “앞으로는 위반하지 마시고 안전운전하세요”라는 말을 하면서 딱지를 떼지 않거나 아니면 싼 걸로 끊어주는 마음 여린 경찰아저씨들이 있다. 그러나 이 때는 달랐다. 핸드폰 통화를 하던 중 좌회전 금지구역인지 모르고 좌회전하다가 경찰에 걸리고 만 것이었다. 시간은 없고, 딱지 끊기도 아깝고 해서 나는 창문을 내리고 “안녕하세요, 저 조혜련이예요”하면서 웃었다. 그랬더니 그 경찰관은 대뜸 “예 알아요, 조혜련씨. 반갑습니다. 면허증 내놓으시죠”라고 응수했다.
“아니 저기요, 방송녹화가 늦어서 정신없이 운전하다보니 좌회전금지인지 몰랐어요. 한 번만 봐주세요”라며 최대한 귀엽고 불쌍하게(?) 보이려고 노력했으나 그 경찰아저씨는 가장 비싼 딱지를 끊었다. “웃음을 주시는 직업을 가진 분이 정신을 안차리면 안되죠. 그리고 저도 조혜련씨 만큼 제 직업에 충실하려구요.”
나는 할 말을 잃었고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그 경찰아저씨가 그 순간에는 야속했지만 오히려 내 운전습관을 고치는 계기가 되었다.
조혜련(개그우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