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형곤/김정일위원장, 경제특구의 중요성 인식한 듯

입력 2000-07-03 17:05수정 2009-09-2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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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이후 남북경제협력에 속도가 붙어가고 있다.

이번 정주영 전 현대명예회장을 비롯한 현대 방북단이 방북결과를 보고한 자리에서 북한이 금강산 지역을 나진·선봉지구 이상의 특별경제지구로 빠른 시일 내에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해안 공단도 올해 안에 부지를 선정하여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고, 서해안공단이 완성되면 이곳 역시 경제특구로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북한에는 나진·선봉의 경제특구 외에도 계속 경제특구가 생겨나게 된다. 이처럼 북한이 경제특구를 계속 조성하고자 하는 의지로 보아 김정일위원장의 결단은 지난 정상회담에서의 남북공동선언을 실행하기 위한 큰 결정이라 평가할 수 있다.

경제특구란 말 그대로 다른 지역보다 경제활동에 대한 많은 유리한 점들이 보장되는 지역을 말한다. 때문에 경제특구는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특히 북한과 같이 자본과 현대적 기술이 결여된 경제체제에서는 남한 및 외국인 투자가 북한경제의 재건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북한에 대한 투자는 현재 부족한 사회간접자본과 낙후한 생산시설로 인해 초기에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하지만, 북한의 임금이 현재로서 그다지 높지 않고, 신규 시설투자로 노동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사업분야에 따라서 수익성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적 불확실성이 높아 남한 및 외국인의 대북 투자가 소극적이었다.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상당부분 그 동안 북한에 대한 외부의 선입관을 바로잡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으나, 이로써 북한에 투자가 이루어질 만큼 충분하지는 않다. 때문에 지금까지의 김정일위원장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외부 투자가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현재 제기되고 있는 투자보장협정과 이중과세방지 그리고 남북간에 간접교역을 직접교역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청산결제제도 이외에도 앞으로 지정될 경제특구가 국제법상 특별한 지위를 갖는 지역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북한은 투자가의 정치·경제적 불안요인을 과감하게 해소시킬 수 있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그밖에도 북한의 화폐가 과도하게 평가 절하될 경우 북한 원화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투자가에게 투자를 기피하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경제특구에서는 북한의 원화를 언제나 외국환과 교환 가능하도록 태환(兌換)의 자유를 보장하거나, 달러의 사용을 동시에 허용하는 것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 외에도 북한은 외국인 투자법이나 자유경제 무역지대법 등을 과감하게 수정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특구 내에서의 법률과 제도를 점진적으로 바꾸려한다면 이것은 투자가에게 장기간동안 상당히 불안한 요소로 작용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 경제특구에서는 계약의 자유, 기업활동의 자유, 소유권보장과 같은 경제의 제도들을 초기부터 완벽히 보장함으로써 투자가들이 장기적으로 안심하고 투자를 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 주어야만 할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도 북한식 사회주의를 주장하고 있지만 세계의 경제질서는 80년대말 사회주의 국가의 붕괴를 계기로 사회주의 경제체제 역시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로 모두 재편성되었다.

때문에 북한은 좋건 싫건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배워야만 한다. 경제특구는 외국인의 자본만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경제주체들이 기업 경영에 대한 노하우나 기업가 정신을 배울 수 있고 시장경제 제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것은 제도 이외에 북한의 기업인이나 경제주체가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되는 인적요소의 전환을 의미한다.

북한의 기업들은 정부의 계획에 의한 생산지시에 따라 생산활동을 하였으나 이제는 스스로 기업의 주도권을 가지고 책임경영을 하며, 시장을 개발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기업가 정신은 특구 내에서 외국인과의 경제활동 또는 경쟁을 통해서 더욱 증진시킬 수 있다. 북한은 이러한 학습효과를 통해서 기업경영 방법과 행동방식을 전파시킬 수 있어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북한은 이렇게 경제특구에서 배운 기업경영의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북한경제 회생을 위한 개혁을 시도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경제특구는 북한에게 매우 유용한 제도일 수 있다. 경제특구는 앞으로 북한경제 개혁에 대한 방법의 효율성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개혁에 대한 탐색과정을 통해서 올바른 정책대안을 얻을 수 있다.

즉 북한이 경제특구 내에서 북한경제의 개혁을 위한 개혁안에 대한 시기(Timing)와 개혁순서(Sequencing)에 대한 경험들을 모을 수 있다. 개별적인 개혁정책 또는 시행과정이 반드시 문제가 없이 다른 지역에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없지만, 실제의 경험은 다른 제도와 정책을 만드는데 값진 근거를 제공한다.

이처럼 경제특구는 북한 당국에게도 매우 유익한 것이다. 일단 북한이 필요한 지본과 기술을 경제특구에 유치하여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고, 특구를 북한 내부지역과 차단시킴으로써 북한이 우려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물결이 내부로 스며드는 것을 차단할 수 있어 정치적 안정 또한 유지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북한 당국이 경제특구 내에서 기본적으로 앞에서 언급한 국제관행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주어야만 남한을 비롯한 서방의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 질 수 있음을 인식하여야만 한다.

북한은 84년부터 합영법 등을 제정하고 해외자본을 유치하여 경제를 육성하려 하였으나 그 동안의 사회주의적 관행을 고수하려 하여 성공하지 못했음을 생각하여 이번 경제특구조성 사업에서는 과거의 우를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남한 및 외국기업의 최우선 목표는 이윤이다. 단지 동포애를 가지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고, 수익성이 있을 경우에 바로 투자로 이어질 수 있음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남한 및 외국기업의 자본은 국민 각각의 개인 자본을 빌려서 투자하는 것이다. 자본을 빌리는 기업입장에서는 수익을 내서 빌린 원금에 이자까지 지불하여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익성이 없는 사업에, 그리고 정치 경제적 위험이 도사리는 곳에 투자할 리는 만무하다.

부디 김정일위원장의 현명한 판단으로 경제특구에서 남한 및 외국인 투자가 봇물 터지듯 이루어져 남북이 모두 잘 살 수 있도록 우선 경제특구에서나마 확실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정형곤(통일정책연구소 연구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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