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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2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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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브레이스는 이 책에서 “시장의 힘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대부분 경제학자들의 순진한 믿음을 경멸하는 감정을 강하게 드러냈다. 거대 기업들의 교묘한 사업전략이 시장경제시스템을 점점 교란시키고 있으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갔다.
▼성공여부 뜨거운 논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아마존 닷컴의 경우를 보자.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온라인 소매업체 아마존은 최근 몇주일 동안 사업성공 여부에 대한 뜨거운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며칠 전에는 세계적인 미국계 종합금융그룹 리만 브러더스의 한 분석가가 “아마존의 유동성이 내년 초쯤 바닥날 것”이라고 경고해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다.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을 때까지는 적자도 감수한다는 아마존의 사업전략은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사실 일본경제가 멈추지 않는 성장엔진처럼 보였던 70년대와 80년대에 일본 기업들도 수출시장에서 똑같은 전략을 구사했다.
정보통신기술(IT)은 그 성격상 관련 상품을 쓰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이 때문에 ‘지금은 일단 돈을 풀고 나중에 더 많이 거둬들인다’는 전략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
과거에는 규모가 크고, 기존 사업으로 큰 이익을 내는 기업만이 앞날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기업의 기술혁신이라고 하면 IBM의 360 컴퓨터 시리즈나 보잉사의 747기 개발 등을 떠올렸다. 6, 7년전만 해도 미국 기업처럼 금융시장(투자자)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일본 기업만이 단기적인 손실을 감수하면서 장기투자를 할 수 있다고 믿었다.
▼'희망의 꽃' 다시 피울까▼
그러나 최근 몇년 동안 미국 주식시장은 일정 기간 적자가 누적될 것이 뻔한 신종 기업에도 과감하게 투자하는 등 변모했다. 투자자들은 언제 제2의 마이크로소프트가 탄생할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한동안 거의 모든 IT 기업을 밀어줬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이런 희망이 차츰 시들어가고 있다. 과연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더 이상 성장성만 믿고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없을 것인가. IT기업은 투자자들의 조롱을 받는 처지가 되고 말 것인가. 아마존은 아마 그 해답을 보여주는 ‘IT산업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정리〓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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