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이향우 신작 '우주인'/종이인형같은 캐릭터

  • 입력 2000년 6월 29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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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우(31)는 수다스럽지 않은 만화가다. 만화잡지를 뒤적이다 연재되고 있는 그의 만화를 만나면 ‘아, 쉬어가는 자리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가끔 둥글넓적한 고양이 얼굴 하나로 지면 한 장을 메우는 ‘과묵함의 파격’을 연출할 정도다.

그런 그가 두 권짜리 만화 ‘우주인’을 세상에 내놓았다. 오랜만에 보는 ‘종이인형’같은 그림체가 반갑다. 과작을 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92년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지만 단행본으로 묶은 것은 ‘One Thousand Miles’ ‘은복이’ 등 몇 되지 않는다.

작가 자신의 말마다나 그의 만화는 “순정만화와 명랑만화의 중간 어디쯤”에 있다. 팬시상품으로도 나와있는 독특한 그림체의 캐릭터에 일상생활에서 발췌한 엽기적 상상력이라는 조화 때문이다.

고정출연자는 뽀글뽀글 무거울 것 같은 머리카락에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늘 뚱한 얼굴로 있는 우주인양(孃), 그가 데리고 사는 애완견 ‘눈탱’과 고양이 요정 ‘두둥’, 백수 친구들 ‘비틀비틀 클럽’. 이들의 먹고 자고 술마시고 뒹굴거리는 모습이 그냥 만화다. 만화 단행본에서 처음 시도해 본 ‘2색 인쇄’가 신선하다. 특히 지면이 사진인 것처럼 컷으로 나누지 않고 한 장면만 ‘툭’ 던지길 즐기는데 그 여운이 길다.

아무리 생각해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듯해 ‘백수생활에 일가견이 있는듯하다’고 농을 걸자 “지금도 백수예요. 일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하면 서로 혼동돼서 안 되겠더라구요”라면서 크게 웃는 작가. 지금은 월간잡지 ‘페이퍼’에서 한쪽짜리 만화 ‘이향우의 Cool World’를 그리고 있는데 만화잡지와 달리 아무런 제한도 안 받고 그릴 수 있어서 좋단다.

만화 소재를 어디서 찾느냐고 물으니 “집이나 거리에서 공상할 때, 또는 벽장 속이나 바닥 천정 변기 욕조 침대 의자...”라고 답한다. 우연히 외계에서 지구로 떨어져 우주선이 올 날만 기다리는 우주인의 실제 모델은 혹 작가 자신이 아닐까.

<김명남기자>star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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