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前전대협의장 바이어블코리아 이철상사장

  • 입력 2000년 6월 28일 18시 52분


90년대 초반 ‘학생운동의 강철대오’로 불렸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장 출신이 코스닥종목 사장으로의 변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상철 전 전대협의장이 사장인 바이어블코리아는 28일 열린 코스닥위원회에서 보류판정을 받았다. 매출액 규모와 관련해 추가확인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차기 코스닥위를 통과할 경우 이사장은 전대협 간부 및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코스닥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이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87학번으로 90년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91년에는 전대협 임시의장을 역임했다. 김종식의장(한양대)이 당국에 구속되면서 대물림을 하게 된 것. 당시에는 경찰의 명지대 강경대군 치사사건 등으로 학생운동권과 정부가 날카롭게 맞섰다. 급기야 정원식 전국무총리에 대한 계란세례사건이 발생, 공안정국이 조성되기도 했다.

이사장은 4년간 당국의 검거를 피해 다니다 수배가 해제된 뒤 재야단체인 전국연합 정책부장 등으로 활동했다. 전국연합에서는 이사장이 최후의 서울대 출신 활동가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사장은 97년 결혼과 함께 재야활동을 정리했다. 가장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다 말레이시아에 가서 옷장사를 하려고 했다. 막상 가보니 리튬폴리머전지라는 제품이 연구개발을 마친 상태라는 것을 알았다. 무작정 갖고 들어와 서울대 전기화학실험실로 달려갔다. 서울대에서는 “돈이 될 만한 아이템”이라고 평가했다.

리튬폴리머전지는 휴대전화 배터리로 쓰이는 기존의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우수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전해질이 고체여서 가볍고 얇게 만들 수 있어 변형하기가 쉽고 폭발위험도 없어 일본산 리튬이온전지가 우위를 보이는 2차전지시장을 석권할 제품이 될 만하다는 것.

아버지와 공무원인 형들로부터 1억3500만원을 얻어냈다. 학생운동을 하다 대기업에 근무하던 동료들과 서울대 공대출신들을 ‘삼고초려(三顧草廬)’끝에 끌어들였다. 경영지원과 기술개발의 2개 축을 세워 국내 유일의 리튬폴리머전지 제조업체를 탄생시킨 것이다. 설립 직후 외환위기를 맞았지만 탄탄한 팀워크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이사장은 “사업가로 활동하면서도 과거에 몸바쳤던 사회개혁을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며 “회사를 세계적인 배터리업체로 키울 때까지는 정치권 등 다른 곳에 한눈 팔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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