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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6월 20일 19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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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원 고갈에다 자금 이탈로 어려움을 겪어온 종합금융 업계의 구조조정 시나리오다. 사실상 기존 개념의 종금업계는 해체의 길을 걷게 된다. 살아남는 회사는 투자은행 등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이 밝힌 대로다. 종금사의 강제 퇴출은 없지만 3, 4개는 감자(減資) 후 공적자금을 투입한 뒤 예금보험공사의 자회사로 삼았다가 자연스럽게 퇴출된다는 것이다. 나머지 생존가능 종금사들도 종금사로 잔류하다가 수수료를 받는 투자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놓고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금사의 한계〓외환위기 이전까지 종금사의 주 수입원은 ‘저리로 외화를 빌려와 고리로 대출하는’ 외환거래와 기업어음(CP) 할인 업무였다. 94년까지 불과 6개였던 종금사가 96년말 30개까지 늘어난 것도 이 같은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수입구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거치며 외환거래가 제한되자 종금사들이 CP 할인업무에만 치중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97년 7월 증권사와 은행에도 CP할인이 허가되면서 80%를 웃돌던 시장점유율이 30%대로 떨어졌다. 금감원 고위관계자의 표현대로 리스, 팩토링, 인수합병(M&A)지원 등 많은 라이선스(면허)를 갖고 있으면서 CP 영업에만 안주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종금사의 영업형태를 비꼬아 “종합금융이 아니라 ‘단순금융’회사”라는 비난과 함께 종금사 무용론이 나오기도 했다.
▽투자은행화만이 살아남는 길〓8개 종금사 대표들은 올 2월 금감원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은행과의 합병’에서 ‘투자은행으로 변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구상을 논의했다. 다만 증권사 전환은 ‘사이버 증권의 등장에 따른 불투명한 시장 전망’을 이유로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해 800억원대 흑자를 기록한 중앙종금이 이달 초 제주은행과의 합병을 선언해 변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은행업 진출도 종금사의 궁극적인 생존 대안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종금협회의 이태봉박사는 “생존가능 종금사들은 종금사로 잔류하면서 뮤추얼펀드 운용, M&A지원, 기업 공개 및 코스닥등록 기업 지원, 투신 운용 등의 분야로 진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이용근 금감위원장 인터뷰▼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은 20일 “종금사에 대한 강제 퇴출은 없겠지만 업무영역을 개척하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종금사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위원장은 이날 경제장관 간담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자금대란의 핵인 종금사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과 구조조정을 병행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20일 정부대책의 의미는….
“종금업 구조조정과 단기적인 유동성 지원을 병행한다는 뜻이다. 구조개편을 하더라도 한계기업을 예금보험공사의 자회사로 두기 때문에 기존 거래관계는 유지된다.”
―현 체제 아래에서 종금업계의 생존이 가능하겠는가.
“업계 대표들은 기업어음(CP)할인 외의 업무영역을 개척하면 정상 영업중인 8개사 가운데 4,5개 회사는 생존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리스 투자신탁 등의 업무영역 개척이 관건이다.”
―강제 퇴출은 없나.
“강제 퇴출은 없다. 대주주의 자구노력 여하에 따라 자연스레 구조개편이 이뤄질 것이다.”
―실사를 해보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질 텐데….
“3월말 기준으로는 대부분 10%를 넘지만 새로운 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을 적용해 다음 달 20일까지 실사하면 지금보다 많이 떨어질 것이다. 실사 결과 적기시정조치에 의거해 대주주를 중심으로 충분한 규모의 증자를 요구할 것이다.”
―중앙종금이 고객들에게 예금인출 자제를 요청하고 정부의 특단대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정회사만을 예외적으로 지원하지는 않는다. 후순위채 매입 등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할 때도 경영진에는 철저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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