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첨단상품들]죽이지 않는 총

  • 입력 2000년 6월 20일 19시 34분


에릭 허는 1969년부터 현실 속의 삶이 TV를 닮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의 노력이 시작된 것은 모두 TV 공상과학 시리즈인 ‘스타 트랙’ 때문이었다. 특히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커크 선장과 그의 부하들이 적을 죽이는 대신 행동을 봉쇄하기 위해 사용하는 페이저 총이 그의 꿈에 불을 댕겼다.

하지만 기술이 그의 꿈을 따라잡은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그는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과학자들과 함께 상대를 죽이지 않는 페이저의 초기 시제품을 시험하는 작업에 동참하고 있으며, 기업들을 상대로 페이저를 시장에 내놓는 문제를 상의하고 있다.

허는 페이저가 비교적 흔한 기술 두 가지를 결합시킨 것이라고 설명한다. 마취를 할 때 널리 사용되는 일종의 전기 자극인 강축 유발과 레이저가 그것이다. 페이저에 사용되는 레이저 광선 자체는 지름이 약 1.3cm인 연한 초록색의 무해한 자외선이다. 그러나 레이저가 만들어낸 이온화 된 공기 속으로 전류가 흘러 들어가고 그것이 사람의 몸을 겨누면, 전하가 즉시 사람의 근육을 수축시킨다. 그래서 적어도 몇 초 동안 그 사람은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오랫동안 남는 부상은 입지 않는다.

현재 페이저의 시제품은 비행기 안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여행가방 만큼 크고 가격도 약 10만 달러나 된다. 그러나 허는 2010년이 되기 전에 페이저의 크기가 회중전등 크기로 줄어들고 가격도 몇 백 달러 수준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보안관 사무실의 시드 힐 부소장은 경찰과 검찰이 그런 무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 무기가 경찰은 물론 범죄자들에게도 도움을 주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페이저가 고통 없는 무기라는 것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페이저와 비슷한 방법으로 상대의 행동을 봉쇄하는 테이저 건에 시험삼아 맞아본 적이 세 번 있는데, “그 총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거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611mag-gu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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