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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6월 20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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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헐리야, 그런디 나가면 내가 막 이상해지는 것 같이여....”
심금을 울리는 그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으면 단번에 소름이 쫙 끼친다. 관객을 직접 만나는 아날로그적인 삶의 방식이 그에게는 더없이 편하고 좋은 모양이다.
‘장사익’ 선생과는 달리 출연 요청도 한번 직접 못해 본 가수가 한 사람 있다. 담당 매니저에게 전화를 하면 달려와서 다음에 꼭 방송할 터이니 그 때 불러 달라고 한다. 그런데 그 때라는 것이 매니저인 그도 PD인 나도 모르는 어느 날인 것이다. 그 가수는 녹음을 끝낸 새벽 공기 속으로 “바다가 보고 싶다”며 떠났다고도 하고, 어떤 때는 산으로 갔다고도 한다.
그 가수 ‘임재범’은 아버지 ‘임택근’ 아나운서보다 더 매혹적인 목소리를 타고났다. 달콤한 중저음의 속삭임이 이내 절규로 이어지는 그의 노래 ‘사랑보다 깊은 상처’는 정말 가요다운 가요다. 한국 최초의 헤비메탈 그룹 시나위의 첫 번째 리드보컬답게 그의 음색은 카리스마가 넘친다.
신인 가수 중에 정말 노래 잘한다고 일컬어지는 ‘박효신’을 두고 사람들은 ‘임재범이 하고 똑 같애’라는 칭찬을 한다. ‘임재범’에게는 그만큼의 오리지널리티가 인정된다.
그를 따라 다니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방랑자, 가객, 록의 제왕, 비운의 가수, 가요계의 반항아, 대중음악계의 고독한 수호자, 쇳소리의 거인….
뮤지션은 드물고 뮤직 엔터테이너만 화려한 현실 가요계에 그는 항상 든든한 이단이다. 그가 2년만에 새 음반을 내놓고 또 사라졌다고 한다. 그에게는 방송을 통한 홍보 따위가 부질없어 보이는 매카니즘인지도 모른다. 그런 그의 노래를 남성보컬이 추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칭송하는 이들이 많다.
박해선(KBS PD 시인)
[임재범 노래 들어보기]
[장사익 노래 들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