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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6월 16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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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같은 상황 변화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핵심 세력인데다 한반도에 대한 그들의 관심 및 이해 관계가 다른나라에 비할 바 아니다.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주한 미군 문제 등은 미국의 국지적인 외교 현안이 아닌, 바로 세계 전략 차원의 문제들이다.
그래서 미국은 현재의 지위나 영향력이 조금이라도 손상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미 백악관이나 국무부측이 ‘6·15남북공동선언’직후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존재한다는 기존의 평가는 수정하지 않았다” “주한 미군의 어떠한 지위 변화도 구상하지 않고 있다”는 발표를 서둘러 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 국가의 관점에서는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화’가 곧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배제’라는 명제와 부합되는 것이다. 두 나라가 ‘한반도 문제의 해결 당사자는 남북한’이라며 ‘자주적 해결 원칙’을 높게 평가하고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남북정상회담 이후 드러난 4강의 이같은 입장 차이를 더욱 관심 깊게 지켜보고 있는 이유는 그 입장 차이가 자칫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4강의 대결 구도 즉 미-일과 중-러 양 진영의 갈등 형태로 굳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이후 다시 격화되고 있는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에 대한 논란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푸틴 러시아대통령은 다음달 중국과 북한을 차례로 방문해 ‘반NMD전선’을 구축하면서 동북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대통령의 이같은 시도는 북한이 더 이상 NMD구상의 목표가 될 만큼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 변화 때문에 더욱 탄력을 얻을 것 같다.
앞으로 한반도 주변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자주적 통일’을 강조한 6·15선언이 제대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주변국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도 4강을 상대로 한 고도의 외교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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