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국립극단 창립50돌 현대사 다룬 연극 2편 공연

  • 입력 2000년 6월 14일 19시 45분


국립극단 창립 50주년 기념작 ‘마르고 닳도록’(이강백작 이상우연출)과 극단 연우무대의 ‘김치국씨 환장하다’ 등 우리 현대사를 비틀고 꼬집은 두 편의 연극이 공연된다.

24일 막을 여는 ‘마르고∼’는 국립극단 사상 가장 재미있는 연극을 표방한 작품. 애국가의 작곡자인 고 안익태선생이 65년 임종할 당시의 국적은 스페인. 그렇다면 혹시 애국가의 저작권은 스페인에 있고 한국은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게 아닐까?

현실적이기보다는 기발하면서도 엉뚱한 상상력을 모티브로 삼은 이 작품은 끊임없는 재미 속에 날카로운 풍자의 칼을 드러내고 있다. 박정희대통령부터 DJ까지 전현직 대통령 5명이 등장해 거액의 저작권료를 챙기려는 스페인 마피아와 한판 대결을 벌이는 게 줄거리.

이 작품은 마피아의 눈을 통해 한국의 현대사를 들어다 보고 있다. 한국의 약점을 눈치챈 스페인 마피아들은 30년간 다섯 차례의 원정대를 파견해 저작권료를 요구하지만 언제나 찬밥신세다. 이 과정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겪는가 하면 최루탄에 울고,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로 대원이 희생당하면서 한국 현대사를 증언하게 된다.

연극 밖 현실세계에서 13일은 분단 이후 남북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DJ와 JI(김정일국방위원장)가 만난 날. 공연을 앞둔 연극계의 두 작품도 이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통일된 뒤에는 어떤 국가를 쓰게 될까. ‘마르고∼’의 당초 설정은 마피아들이 온갖 노력 끝에 98년 일단 3천만달러를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상회담의 여파로 이 작품은 기존의 애국가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해 마피아의 말문을 막았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백성희 오영수 김재건 이영호 등 출연. 7월2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대극장). 02-2274-3507

‘김치국씨∼’는 98년 첫 공연 때 분단과 통일 문제를 다루면서도 탁월한 유머감각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 장소현 원작을 이윤철이 재구성했으며 최용훈이 연출을 맡았다.

이전 작품에서는 18억원을 북한동포돕기 성금으로 낸 김밥집 아저씨 김치국씨가 국민의 우상에서 간첩으로 몰리는 해프닝을 통해 분단과 이념 문제를 다뤘었다.

2000년판에서는 린다 김의 무기로비사건부터 최근 남북정상회담까지 작품의 ‘시간표’가 연장됐다. 강신일 박남희 등 초연 당시 배우들이 다시 출연. 17일부터 7월23일까지 서울 동숭동 연우소극장. 02-762-0010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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