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미, 마이셀프…'서 코미디로 돌아온 짐 캐리

  • 입력 2000년 6월 12일 19시 37분


“웃음에 공식같은 건 없다. 웃음은 그저 공기 속에 자연스럽게 돌아다닌다. 다른 사람들은 그걸 다 알면서도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지만 나는 그걸 말해버리는 사람, 그래서 남을 즐겁게 하는 사람일 뿐이다.”

뛰어난 코미디 배우로 비(非)코미디 영화 ‘트루먼 쇼’에서도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 준 짐 캐리. 그가 코미디로 돌아왔다. 8월 국내에 개봉될 페럴리 형제 감독의 코미디 ‘미, 마이셀프 앤 아이린’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착한 찰리와 그의 내면에 분열된 자아로 존재하는 악한 행크. 두 개의 자아가 몸 속에서 서로 다투고 스스로 목덜미를 잡고 차에서 밀어내는 ‘몸’ 연기와 분열의 고통이 담긴 ‘내면’ 연기를 모두 소화해내야 하는 이 역할을 짐 캐리가 아니면 누가 해낼 수 있을까.

1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만난 짐 캐리는 “진지한 주제의 영화에 많이 출연했기 때문에 다시 즐거운 영화를 해도 좋을 때라는 생각이 들어 코미디로 돌아왔다. 페럴리 형제 감독처럼 어떻게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지 잘 아는 사람들과 작업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다”며 연신 웃음을 지었다.

‘에이스 벤추라’ ‘마스크’ ‘덤 앤 더머’ 등에 출연한 코미디 배우로만 알려져온 그를 ‘진지한 배우’의 자리에 올려놓은 영화는 1998년의 ‘트루먼 쇼’다. 이 영화에서 바보연기의 틀을 깨는 데 성공한 그는 지난해 밀로스 포먼 감독의 ‘달위의 남자’에서도 요절한 코미디언 앤디 카우프만의 괴이한 삶을 훌륭하게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관객들은 코미디언으로서의 당신을 더 좋아하는 것 같지 않은가”라고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하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답했다.

“예컨대 ‘트루먼 쇼’는 대개의 사람들이 좋아했지만 ‘달위의 남자’는 관객에 따라 싫고 좋고가 분명히 나뉠 것 같다. 나는 ‘달 위의 남자’에 관심이 있었다. 그 연기를 함으로써 나는 승리한 셈이다. 모든 관객이 내 연기를 좋아해주지 않는다고 ‘그래 그러면 그만두지 뭐’ 할 수는 없다. 어쨌든 열심히 하고 좋은 영화를 만들면 관객은 반드시 생긴다고 생각한다.“

짐 캐리는 시종 진지한 태도로 인터뷰에 응하다가도 너무 주제가 무거워진다 싶으면 농담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일상생활에서는 어떨까?

“대개의 코미디언은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들이다. 나도 가족이나 사생활에 대해 심각한 얘기들을 하지만 그러면 금방 지루한 분위기가 된다. 그건 또 불편한 일이다. 그래서 코미디언들은 감정을 자제하고 ‘나는 아무 것도 느끼지 않아’ 식으로 행동한다. 그리고 코미디 영화에서 아주 편안한 방식으로 감정을 분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를 웃게 만드는 연기자가 누구인지를 묻자 짐 캐리는 “거울”이라고 응답해 좌중을 웃겼다. “농담이고, 요즘엔 크리스 록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버스터 키튼 같은 무성영화 코미디언도 좋다. 내 안엔 조그만 버스터 키튼이 들어 있어서 난 항상 사고만 치고 다닌다. 집에 들어갈 땐 온 몸이 늘 상처투성이가 돼 버린다.”(웃음)

최근 론 하워드 감독의 ‘그린치가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는가’에 출연했으며 조엘 슈마허 감독의 스릴러 ‘폰 부스’에 출연할 예정이다.

<뉴욕〓김명남기자>star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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