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무엇이 내 아들을 그토록 힘들게 하는가'

  • 입력 2000년 6월 9일 19시 03분


▼'무엇이 내 아들을 그토록 힘들게 하는가' / 댄 킨들론, 마이클 톰슨 지음 / 세종서적▼

만약 ‘아들을 남자답게 길러 보겠다’는 뜻을 갖고 효과적인 양육방법을 찾는 부모라면 이 책을 읽고 당혹할 것이다. 이 책 저자들의 문제의식은 그와는 정반대의 것이기 때문이다. ‘소년들은 남성다움이라는 불가능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정서적 삶을 억압당하고 있다. 이런 문화적 불균형 때문에 그들은 어떤 희생을 치러야 하는가?’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저자들의 질문.

하버드대 정신과 조교수인 킨들론과 보스턴에서 활동하는 심리상담가 톰슨은 아동심리학자. 3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저자들의 치료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던 성난 소년들을 상담했고 한때 그들 스스로 소년이었다.

저자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소년들은 정서적인 면에서 건강한 성인으로 발돋움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성인남자로 커 나가는 숨가쁜 행로에서 감정이나 정서가 너무 쉽게 무시당하기 때문이다.

소년은 소녀와 똑같이 ‘실패’나 ‘거부’에 고통을 느끼고 ‘상처’에 민감하다. 그러나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했을 때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사내 녀석이 울긴 왜 울어?” 라는 질책이기 십상이다.

문제는 이렇게 지속적으로 감정표현을 억제당한 아이들이 나중에는 자신의 감정 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도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것이 더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주먹질, 음주, 마약복용’일 뿐이다.

저자들은 소년들이 정서적으로 충만한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때그때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어휘력이라고 지적한다. 또 그들을 풍요로운 정서적 삶으로 이끌어줄 역할모델, 즉 ‘좋은 남자 어른’이 가까이 있는 것도 중요하다.

원제 ‘Raising Cain’의 카인은 바로 동생 아벨을 죽인 성경속의 인물. 저자들은 카인을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를 의사소통이 아닌 폭력이라는 방식으로 표현한 전형적 사례”로 분석한다. 448쪽. 9500원.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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