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日 북해도/雪國의 봄…눈부신 초록 향연

  • 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27분


《북위 43도. 눈 화산 온천 호수 맥주 털게 연어 아이스크림 초콜릿 동계올림픽 아이누족 ‘러브레터’ ‘철도원’ 세이칸해저터널 여우 곰 유키마쓰리 ‘Boys Be Ambitious!’(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윌리엄 클라크박사 오츠크해 쿠릴열도 유효(遊氷)…. 일본 열도의 최북단인 홋카이도(北海道)하면 떠오르는 단어다. 이제 겨우 눈이 녹아 봄을 맞은 홋카이도로 떠나보자.》

홋카이도. 그보다는 ‘북해도’라는 이름에 더 정감이 간다. 그 이름에는 고적함 쓸쓸함이 담겨 있다. 왠지 모를 애틋함과 연민도 느껴진다. 영화 ‘러브레터’에 그려진 애잔한 사랑이 첼로의 여운처럼 마음 한구석에 남아 아직도 사그러지지 않은 탓일까.

한겨울 삿포로(札幌)역을 출발, 하코다테(函館)를 거쳐 눈보라 몰아치는 해안철길을 달려 세이칸(靑函)해저터널을 지나 혼슈 최북단의 아오모리(靑森)로 기차여행을 할 때. 차창으로 온통 눈으로 뒤덮인 세상을 보면서 눈 없는 홋카이도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적었던 수첩의 당시 메모가 생각났다. 그러나 봄 향취 도도한 상큼한 홋카이도의 봄날에는 영화 ‘철도원’의 잔영도, ‘러브레터’의 여운도 잠시 마음 한 편에 밀쳐 두자.

‘눈의 땅’ 홋카이도라지만 겨울 뒤에 봄을 맞는 자연의 법칙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러브레터’의 무대 오타루(小樽), 홋카이도의 중심 삿포로, 최근 분화한 도야(洞爺)호숫가의 우스(有珠)산…. 모두가 풋풋한 봄내음을 머금고 있었다. 유키마쓰리(눈축제)때면 거대한 눈조각으로 가득차 ‘설국’으로 바뀌는 삿포로시내 오도리(大通)공원은 유모차를 끌고 나와 봄볕을 즐기는 산책객 차지가 됐다. 항구도시 오타루의 정박장은 겨우내 묶여 있던 요트를 손질하는 사람들로, 오르골박물관 유리공예관 초대형 ‘마이카르’(My Cal)쇼핑몰은 손님들로 활기를 띠었다. 홋카이도의 봄은 소란스럽지 않고 또 화려하지도 않게 이렇듯 소박하고 차분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명천(名泉)인 노보리베쓰(登別)온천도 산뜻한 옷차림의 관광객으로 붐비고 곰목장의 곰들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뒤 먹성좋게 관광객이 던져주는 카스테라를 열심히 받아 먹었다. 요테산 아래 교코쿠(京極)온천장 부근의 ‘메이수이’(名水·산정의 눈이 녹아 스며든 물이 봄이 되면 솟는 샘) 용수구(湧水口)에서는 청정한 약수가 콸콸콸 흘러내린다. 홋카이도 최고의 사계절휴양지인 류스쓰리조트의 72홀 골프코스도 생기있는 잔디로 뒤덮여 초원을 이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산중턱이상은 아직도 눈에 뒤덮이고 골프코스 주변에도 잔설이 여전한데 그린과 페어웨이의 잔디는 우리나라 한여름철처럼 최상의 상태라는 것이다.

오전 4시반. 높은 위도로 해가 일찍 뜨는 홋카이도에서 이 시간이면 주변이 훤하다. 산으로 둘러 싸인 류스쓰리조트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소란스럽다. 잡다한 소음이 아니다. 새들의 지저귐, 은여우가 짖어 대는 자연의 소리다. 설산과 초원, 화산과 호수, 연어와 곰이 공존하며 봄이면 화사한 햇살 아래서 상큼한 공기를 마음껏 호흡할 수 있는 홋카이도. 서울에서 불과 2시간40분(항공편) 거리의 지척에 있는 순수의 여행지다.

▼3세대 공유형 류스쓰리조트▼

삿포로는 눈의 천국이지만 봄 여름 가을에는 골퍼의 천국이기도 하다.

우선 기후가 좋다. 한여름에도 시원한데다 건조해 땀이 나지 않는다. 또 긴 겨울에도 불구하고 난류의 영향으로 4월말이면 눈이 완전히 녹는데다 두꺼운 눈에 덮여 얼지 않은 상태로 겨울을 난 잔디가 눈녹은 땅에서 곧바로 파랗게 싹을 내 5월초부터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휴양지로 개발된 땅이어서 골프코스를 갖춘 리조트가 많다.

그 중에서도 류스쓰리조트는 스키와 골프장을 갖춘 전천후휴양지로 인기를 모으는 곳이다. 한겨울 류스쓰스키장은 이소라산과 동, 서산 등 세 개의 산에 거미줄처럼 이어진 50㎞의 스키트레일로 일본 전국에서 몰려오는 스키어로 북적댄다. 그리고 봄 여름 가을에는 골퍼들 세상이 된다. 현재 54홀을 운영중인 이 리조트는 현재 마무리 조경공사가 한창인 이즈미가와 코스가 오픈되는 7월4일이면 72홀 골프코스를 갖춘 골프리조트로 새로운 명성을 얻게 될 전망이다. 요즘은 오전 4시반이면 날이 밝아 마음만 먹으면 하루 36홀은 무난히 돌고 오후 늦게 티업하더라도 설치된 조명시설로 오전 1시까지 라운딩할 수 있다. 또 리조트내에 온천탕에서 휴식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이 리조트는 3세대공유형으로 설계돼 골프장 스키장 외에 어린이를 위한 놀이시설(실내외), 주부를 위한 레포츠시설, 노인을 위한 시설이 고루 갖춰져 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공포감을 주는 롤러코스터는 무려 7종이 한 곳에 모여 있는데 일본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또 주변에는 호숫가에 온천이 들어선 도야호수가 있고 그 부근에 화산연기를 내뿜는 쇼와신산과 최근 분화한 우수산, 계곡전체가 유황연기를 내뿜고 온천수가 노천에서 용출되는 지고쿠다니, 눈녹은 물 메이수이가 솟는 후쿠다시공원의 용수구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또 래프팅을 즐길 수 있는 시베리베츠강과 온천명소인 노보리베츠가 있다.

[골프패키지]

다락레저투어(www.netian.com/∼rusutsu)는 2박3일(89만9000원) 3박4일(116만원)형 상품을 판매한다. 기한은 7월 10일까지. 류스쓰타워(호텔)에 묵으며 최대 54홀(3박4일 체류시)까지 라운딩할 수 있는데 성수기(7월12∼8월)에는 3박4일에 125만원. 그린피와 카트사용료, 2인1실 숙박과 하루 2끼의 식사비, 교통비 왕복항공료가 포함돼 있다. 예약 및 문의 02-7575-075.

▼훗카이도의 세가지 맛/라면 맥주 그리고 아이스크림▼

홋카이도 여행은 일본인에게도 ‘꿈’의 여행지다. 죽기 전 꼭 한번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다. 그 홋카이도를 상징하는 세가지 맛이 있다. 하나는 삿포로의 상징인 삿포로시계대(臺)의 시계소리, 다른 하나는 오츠크해로 유입된 아무르강의 강물이 언채로 홋카이도 최북단 왓카나이∼동북부의 아바시리의 앞바다에 해류에 실려온 유빙이 갈라지는 소리, 마지막은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겨울철새 두루미가 우는 소리다. 이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홋카이도 진면목을 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이 세 소리는 다 듣지 못해도 이 세가지 맛은 꼭 보아야 한다. 그것은 삿포로를 상징하는 세가지 맛인데 삿포로라면과 맥주, 그리고 아이스크림이다.

일본에도 각 지방에 저마다 특색있는 라면이 있다. 그 중에서도 삿포로라면이 가장 유명하다. 그것은 혼슈 규슈의 라면과 달리 풍부하고도 깊고 진한 국물 맛 때문. 건조한 기후, 눈이 많이 내리는 긴 겨울로 인해 이런 맛이 나왔다는 해석이다. 미소(된장) 시오(소금) 소유(간장)라면 등 종류도 다양한데 최근에는 매운 맛이 강한 ‘부산라면’도 나와 인기다. 가격은 700엔 내외. 오타루에 들렀다면 오타루시내의 한자리에서 100년 이상 영업중인 라면식당인 구라야(藏屋)에 꼭 들르자.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목요일은 정기휴일.

또 맥주는 일본에서 삿포로만큼 유명한 곳이 없다. 일본 최초의 맥주공장인 삿포로맥주공장이 바로 여기 삿포로에 세워졌다. 이유는 건조하고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홉과 풍부한 물 때문. 현재 아사히 기린맥주도 여기에서 생산하고 있다. 홋카이도에서 맥주를 마실 때는 홋카이도로 판매구역을 제한해 공급하는 ‘삿포로맥주 구로라베르’가 가장 좋다. 삿포로시내에는 최초의 맥주공장 건물을 개조해 독일의 비어가든과 똑같이 만들어 삿포로맥주 시음장을 겸한 식당을 차린 ‘삿포로 비어가든’이 있다. 입장료(2800~3800엔)를 내고 들어가면 100분간 양고기 혹은 쇠고기(호주 수입)철판구이와 삿포로 생맥주를 양껏 먹을 수 있다. 맥주는 부근의 맥주공장에서 생산된 갓 발효된 신선한 것으로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즉석에서 수도꼭지를 통해 받아 준다.

마지막으로 식후에는 아이스크림(300엔)을 맛보자. 삿포로 아이스크림의 짙고 고소한 우유맛은 건조한 기후의 홋카이도 초원에서 키우는 젖소에서 생산된 신선한 우유에서 온 것. 이 우유를 첨가해 만든 삿포로 초콜릿도 최상품에 든다. 아이스크림 가게는 곳곳에 있는데 삿포로 비어가든 안에도 있다.

<홋카이도(일본)〓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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