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개 달리다'/재일교포감독의 연출미학

  • 입력 2000년 5월 29일 20시 43분


국내 상업영화관에서 첫선을 보이는 재일동포 최양일감독의 ‘개 달리다’는 온갖 소스가 버무려져 묘한 맛을 내는 영화다. 폭력과 웃음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버무려지고 일본과 중국, 한국도 무심할만큼 뒤섞인 채 곰삭은 맛을 내고 있다.

야쿠자에게 정보를 흘리고 돈을 받아챙기는 부패한 형사 나카야마(기시타니 고로), 그의 정보원 노릇을 하며 빌붙어사는 한국계 야쿠자출신 히데요시(오스기 렌). 그리고 야쿠자두목의 애첩이지만 두목 몰래 나카야마와 몸을 섞으면서 히데요시의 흠모도 받고 있는 중국계 여인 모모(토가시 마코토). 은밀한 속임수와 유치한 질투로 범벅된 세사람의 삼각관계는 모모가 갑작스레 시체로 발견되면서 폭소와 실수 투성이 복수극으로 바뀌며 뒷골목 인생 미학의 한자락을 담아낸다.

93년 ‘달은 어디에 떠있나’로 각종 일본 국내 영화상을 휩쓴 최감독은 우선 지독한 리얼리스트다. 카메라에 담긴 밀입국, 비밀 도박장, 마약밀매 등 지하세계에 대한 묘사는 끈끈하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만만치 않은 스타일리스트다. ‘정(靜)의 기타노 다케시, 동(動)의 최양일’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폭력의 세계를 다루면서도 ‘하나비’의 기타노 다케시와는 대조적으로 매우 코믹하고 스피드한 연출솜씨를 자랑한다.

영화의 두가지 질문. 하나는 영화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카야마의 불면의 원인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계인 히데요시의 이름이 왜 하필이면 한국을 침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같냐는 것이다. 한국어 엔딩 타이틀곡은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Things Change’로 클론의 구준엽이 랩을 맡았다. 3일 개봉. 18세이상 관람가.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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