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코닝클래식]김미현 공동62위 "자신에게 졌다"

  • 입력 2000년 5월 29일 19시 48분


'과욕이 화를 부른다던가.'

'슈퍼 땅콩' 김미현(ⓝ016·한별)이 애타게 기다렸던 절호의 시즌 첫승 기회를 놓친 채 땅을 쳤다. 과연 이유가 뭘까.

29일 뉴욕주 코닝CC(파72·6062야드)에서 벌어진 미국LPGA 코닝클래식(총상금 80만달러) 최종 4라운드.

1, 2라운드 연속 단독 선두를 달렸던 김미현은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듯' 이날 무려 7오버파 79타를 쳐 공동62위(2오버파 290타)로 추락했다.

그가 과욕을 부리기 시작한 것은 28일의 3라운드.

이틀 연속 단독 선두를 구가했지만 2위와 2타차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 그는 3라운드 첫 홀부터 욕심을 냈다. 첫 홀 보기를 두 번째 홀 버디로 바로 만회했지만 이후 버디는 1개에 그치고 보기 3개와 더블보기 1개를 더 기록하고 말았다. 결과는 단독 선두에서 공동10위.

직전 대회 첫 라운드에서 9언더파, 이번 대회 첫 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몰아친 그의 몸 상태는 '지극히 최상'이었다.

알려진 것과는 달리 그의 왼쪽 어깨 부상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현지 스포츠마사지사들에 따르면 근육이 뭉치고 뒤틀리는 것은 미국LPGA투어 멤버들에게는 흔히 있는 일.

또 자신이 고용하는 캐디와 신경전을 벌인 것 자체도 이해할 수 없는 일. 미국으로 간 지 2년째. 아직도 전담 통역이 없으면 인터뷰를 거절하거나 아예 한국말로 하는 것은 '세계적인 선수'에게는 변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데뷔 첫 해인 지난해 2승을 거두며 신인왕에 등극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제는 대회출전 경비를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든든한 스폰서를 확보했기 때문일까.

김미현의 문제는 샷의 정확도나 거리가 아니라 '심리적인 측면'이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번 대회 이후. 김미현은 29일 최종 라운드가 끝난 뒤 주최측에서 마련한 만찬도 거부한 채 바로 짐을 꾸려 자신의 베이스캠프가 있는 올랜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아직도 골프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대회마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듯 숨차하고 있는 것이다.

96년 10월 맹장수술도 미뤄가며 한국여자오픈 2연패를 달성했던 '독한 땅콩' 김미현.

당시 그는 '슈퍼 루키' 박세리의 시즌 5관왕을 저지했었다. 남다른 승부욕이 '초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이번처럼 자괴감을 느낄 정도로 지나치다면 남은 시즌은 '마음 고생의 연속'일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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