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의 세상스크린]운동하는 기쁨 아시나요?

  • 입력 2000년 5월 28일 21시 33분


매주 일요일 오후 1시반이면, 저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압구정동의 한 초등학교로 향합니다. 영화인들로 구성된 '아리랑 축구단'의 공격수로 축구를 하기 때문입니다.

볼 트래핑이나 개인기는 미숙하지만, 팀 양날개들의 눈물겨운 어시스트에 힘입어 지난해엔 40골을 넣으며 팀내 최다득점 스트라이커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늘 저에게 거의 골과 다름없는 어시스트를 해 주는 축구선수 출신 배우 김필수 후배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평소에 저와 친하게 지냅니다.

▼스트레스 날리기에 최고▼

또 친하다고 생각하는데도 왠일인지 패스를 별로 안 해주는 또 다른 골잡이 김세준 배우에게 '상생(相生)의 축구'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포지션을 침착하게 지켜주시는 막강의 수비수 안성기 풀백님께도 격려를 보내는 바입니다.

감독 촬영 조명 녹음 제작팀까지 한데 어울려 축구하고 목욕을 끝낸 뒤 간혹 삼겹살이라도 구워 먹을 때의 상쾌함 때문에 일요일이 기다려집니다.

6년전 시작한 라켓볼은 생활로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한국라켓볼협회 홍보이사이기도 한 저는 지난해 12월 '한국라켓볼선수권대회' 화이트급에서 남자부 금메달을 따내 라켓볼계에서 화제가 된 적도 있습니다. 비교적 바쁜 저로서는 짧은 시간에 운동량이 많고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라켓볼이 더없이 맞습니다.

시작한 지 얼마 안되는 골프는 나름대로 연습도 많이 하고 라운딩도 꽤 하고 있지만, 얼마전 어려운 선배님들과 함께 골프했을 때, 거의 하키를 해 실례를 한 다음부터는 그만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그래도 걷고 스윙하며 땀을 흘리는 게 좋아 계속 해보려고 합니다.

배우는 맑은 눈빛으로 극중 인물의 감정을 전달해야 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라, 에너지가 충분해야 됩니다. 또 스크린에서는 사물이 실제보다 넓게 비추어지기 때문에, 집안 대대로 비만성 체질인 저로서는 체중관리 때문에라도 운동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운동을 하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팽팽히 밀착되는 살과 뼈, 반들반들 윤기나는 피부, 풋풋해지는 머리카락과 탄탄해진 아랫배를 느끼다 보면 절로 미소를 짓게 됩니다.

사람을 만나면 즐거운 이야기를 하고 싶고, 또 제 밝은 표정 때문에 다른 사람도 유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도 줄고 자신감이 생기면서 여러 고민이 쉽게 해결된 경험도 꽤 있습니다. 성인병 등의 예방 및 치료에도 운동이 좋다고 하니 그야말로 '백익무해'한 게 아닐까요.

▼육체건강은 성공 기본▼

그런데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이 기쁨을 아직 생활로 받아들이고 있질 않아 안타깝습니다. 이들은 찌든 표정에 핏기없는 얼굴, 피곤한 눈으로 어제 마신 술 이야기를 하며 성공만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운동할 생각은 하지만 일이 너무 바빠서 잘 안 지켜진다고 하면서 가끔 보약은 먹는다고 합니다.

충치를 앓고 있는 종업원은 손님에게 친절한 미소를 지을 수 없고 무릎관절이 안 좋은 자식이 설날 정중히 부모님께 세배하며 예의를 다할 수 없습니다. 운동을 통해 다져진 정신적 육체적 건강은 성공하는 삶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기본조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중훈<영화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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