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인사청문회'열풍…대법관등 하반기 무더기교체

  • 입력 2000년 5월 28일 20시 01분


7월과 9월로 예정된 대법관 6명과 헌법재판소장 등 헌재 재판관 5명의 무더기 교체를 앞두고 벌써부터 법조계에 인사청문회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2월 국회법 개정에 따라 신임 대법관과 재판관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는 거의 확정적인 상황.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와 변호사회 등 재야단체들이 물망에 오른 인사들에 대해 본격적인 검증작업에 들어갔다.

이들 단체는 ‘21세기 법조계를 이끌 재조(在朝)수뇌부를 국민의 이름으로 검증하겠다’며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어 법조인들은 청문회가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지 주목하고 있다.

대법원에서는 7월10일 이돈희(李敦熙)대법관 등 6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또 헌재에서는 김용준(金容俊)소장을 비롯한 재판관 5명이 9월14일자로 임기가 끝난다.

이중 대법관 6명과 헌재소장, 헌재 재판관 중 국회가 선출하는 3인은 국회의 동의대상이어서 여야가 현재 법안을 마련중인 청문회법의 대상에 포함된다.

그동안 참여연대와 대한변협, 민변 등은 재조 수뇌부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여러 차례 주장했으나 매번 사법부와 국회에 의해 묵살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30일 헌법학자 등 10여명을 초빙해 ‘인사청문회법 제정 공청회’를 연 뒤 6월1일 국회안과는 별도의 인사청문회법을 입법청원하기로 했다.

사법감시센터는 이와는 별도로 대법관 후보 20여명에 대한 과거 판결성향, 재산, 납세, 병역 등 관련자료를 수집중이다.

사법감시센터는 99년 9월 최종영(崔鍾泳)대법원장 임명전 후보자 6명의 면면을 평가해 A4용지 50쪽 분량의 ‘의견서’를 전달하는 등 이미 상당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장 후보들에 대한 의견을 낸 바 있는 대한변협도 29일 오후 ‘사법평가위원회’를 열어 청문회 대응방안을 논의키로 했으며 민변도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 조만간 활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참여연대는 성공적인 청문회를 위해서는 △법조 관련단체와 시민의 참여 △철저한 사전조사 △방송 등을 통한 대국민 공개 등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법감시센터 양세진부장은 “대법관이나 재판관들의 판결로 모든 국민이 영향을 받는 만큼 국회의원만이 아닌 시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청문회 과정에 시민단체나 국민이 증인으로 참석해 진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변 관계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과거 판결외에 다른 법조인들의 평가 등 많은 자료가 필요한 만큼 국회의 판단에 도움을 주는 자료를 모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법원과 헌재 고위관계자들은 사상 최초의 청문회 실시 가능성에 대해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청문회 과정에서 ‘선배’들의 잘못된 판결이나 비난 가능성이 있는 사생활 등이 드러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법원과 헌재 일부 관계자들은 청문회가 열리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청문회가 있더라도 ‘공직자’로서 평가돼야 하며 개인의 사생활 등은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소장 판사들은 “국회가 사법부 등의 반발을 우려해 법을 제정하지 않거나 이번에 한해 시행하지 않는다는 등의 편법을 쓸 경우 국민적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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