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정부 하반기 경제운용계획 수립 착수

  • 입력 2000년 5월 26일 10시 16분


정부가 거시경제 전반과 금융시장 동향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재점검에 들어가는 등 하반기 경제운용계획 수립 작업에 착수했다. 또 민간과 합동으로 오늘(26일) 오후 거시경제 종합점검회의를 갖는 등 하반기 정책기조 설정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 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6월말경 발표될 것으로 보였던 하반기 경제운용계획과 정책기조에 대한 발표가 이르면 6월초로 앞당겨 발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은 최근 국제유가의 상승반전이나 경기상승에 따른 경상수지 축소,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촉발된 세계적인 고금리 추세 등 국내외 경제여건이 급변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6월 이후 본격화될 금융·기업의 구조조정 작업을 앞두고 향후 불어닥칠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정책골간에 대한 확고한 정립이 우선시 되는 등 정책적 대응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주된 배경을 이룬다.

아울러 오는 6월1일부터 2주간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전반과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대한 점검과 함께 향후 정책방향에 대한 협의를 앞두고 있어 정부의 입장정리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 하반기 경제운용계획 조기 수립 착수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26일 “최근 경제정책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있으나 이에 앞서 먼저 국내외 경제여건 변화에 따른 거시경제 전반과 금융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면서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한 점검 작업에 들어갔으며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있어 이에 대한 정부 정책의지를 밝혀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필요성도 있다”면서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은 5월말경 발표되는 산업활동나 물가, 금융시장 동향 등을 포괄돼야 전반적인 모습이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 정책운용기조를 포함한 경제운용계획은 6월초에는 수립될 수 있을 수 있을 것이고 필요할 경우 이 때 발표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아직 이에 대한 결정사항은 없으며, 종합 점검과 계획 수립 뒤에 구체적인 발표시기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오는 6월초부터 IMF와 정책협의를 벌일 예정이지만 이에 앞서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기조를 미리 밝히는 것은 IMF 정책협의와 별개의 문제”라면서 “작년 말의 경우도 IMF와 협의에 앞서 정부가 올해 경제전망과 정책기조를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 정책기조는 저물가-저금리 틀 유지 속 경상수지 축소 전망

정부의 하반기 정책기조는 올해초 설정된 저물가-저금리의 경제안정기조의 큰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이뤄지되 일부 거시경제 전망과 관련해 부분적인 조정으로 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경제전망과 관련 정부는 올해초 성장률 전망을 상향조정하는 대신 경상수지 흑자 전망을 줄이고 물가 전망은 대체로 목표권 내 유지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GDP 기준)은 8%대 수준, 경상수지 흑자는 80억∼100억달러 수준, 소비자물가는 3% 이내 수준으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연초 정부와 IMF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5∼6%대, 경상수지 흑자는 120억달러, 소비자물가는 3%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국은행 역시 곡물류와 석유류 등의 변동성이 심한 상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을 2.5±1%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따라 통화신용정책을 탄력적으로 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경상수지와 관련 엄낙용 재경부 차관은 25일 “국내 경기상승과 국제고유가에 따라 올해 120억달러 전망치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흑자규모 축소는 유가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적정규모의 흑자가 지속될 수 있도록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IMF 데이비드 코에(David Coe) 서울사무소장도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상수지 120억달러는 경제성장률 6% 수준을 가정하고 도출한 것”이라면서 “경제성장률이 당초 보다 높은 8∼9%에 달한다면 이 같은 추정치가 낮아지는 것이 당연하며, 최근의 국제고유가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경상흑자 축소 전망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편 엄낙용 차관은 “정부는 올해 3% 이내에서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키고 그 기반 위에 한자리수 장기금리체제를 정착시켜 나가는 등 ‘저물가-저금리’ 체제를 공고히 해 나가겠다”면서 “구조개혁을 완수하고 미래를 위한 우리경제의 대응능력을 축적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경제의 안정기조를 굳건히 다져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재경부는 최근의 경기연착륙 기조 하에서 인위적으로 성장률을 하향조정하는 것은 과도한 경기위축을 자초할 우려가 있으며, 금리인상도 금융불안으로 인해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함으로써 향후 ‘저물가-저금리’ 정책기조를 지속시키기 위한 정책방안이 강구될 것으로 보인다.

▲ 향후 주요 변수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은 향후 정부의 예상대로 경기가 연착륙으로 접어들고 있는가, 특히 산업생산이나 소비, 투자 등의 증가율이 둔화되는 추세가 지속될 것인가, 국제 고유가와 내수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플레 압력이 가시화되지 않을 것인가에 따라 변동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주 이후 6월초까지 발표될 산업생산, 소비 및 투자 증가율, 수출입 및 소비자·생산자 물가 등의 경제지표 발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아울러 6월 이후에도 내수 확대와 공공요금 인상이나 임금인상, 여름철 태풍 등에 따른 농축수산물 공급애로 등에 따른 인플레 가능성을 눈여겨 봐야하고, 특히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동쟁의과 그에 따른 생산·수출 차질, 특히 금융·기업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금융시장 여건과 신용경색 가능성, 미국 등 세계적인 고금리 추세와 증시 변동 등도 향후 정책방향에 주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기석 동아닷컴 기자> dong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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