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agazine]사생활중계 TV프로 인기

  • 입력 2000년 5월 25일 20시 36분


올해 40세의 주부인 카린 반 엘스위크는 네덜란드의 유명인사이다. 그녀가 살고 있는 도시 아벨두른에서는 그냥 카린이라는 이름만 쓴 편지도 그녀의 집에 무사히 배달될 정도이다. 그녀가 이처럼 유명인사가 된 것은 지난해 가을에 방영된 TV 프로그램 ‘빅 브러더’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그녀를 포함한 9명의 사람들이 100일 동안 한 집에 사는 모습을 24대의 카메라와 59개의 마이크로 촬영해 시시콜콜 방영한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9명의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에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빅 브러더’는 일주일에 여섯 번씩 모두 114회에 걸쳐 방영되면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마지막회가 방영된 날에는 시청률이 무려 53.6%로 치솟아 거리에 인적이 끊어질 정도였다. 이 프로그램은 또한 방영기간 내내 인터넷을 통해 하루종일 볼 수 있었다.

네덜란드에서의 이같은 성공에 힘입어 ‘빅 브러더’와 같은 프로그램은 현재 독일과 스페인에서도 방영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CBS가 7월부터 3개월간 미국판 ‘빅 브러더’를 방영할 예정이다. ‘빅 브러더’의 출연자들에게는 비밀이라는 것이 있을 수가 없다. 옷을 갈아입을 때도, 목욕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참가자들이 이 규칙을 어기려고 하는 경우에는 집 전체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엄격한 목소리가 흘러나와 이들을 꾸짖는다.

CBS의 ‘빅 브러더’에 출연할 10명의 참가자들은 각각 옷가방 1개와 그밖에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건이 든 작은 가방 1개를 가지고 올 수 있다. 이들은 3개월 동안 편지도, 대중매체도 접할 수 없으며, 외부와의 완벽한 차단을 위해 음식과 약도 별도의 장치를 통해 공급받는다. 물론 이들이 이곳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니다. 나가고 싶은 사람은 언제라도 나갈 수 있다. 단, 한 번 나간 사람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반면 이곳에 머물기를 정말로 원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시청자들의 투표에 의해 집에서 쫓겨날 수 있다. CBS는 2주일마다 한 번씩 시청자 전화투표를 실시해 10명의 참가자들 중 1명을 쫓아낼 예정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지막까지 남은 단 한 사람에게는 50만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

CBS의 레슬리 문브스 사장은 이 프로그램이 최고의 시청률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예측 불가능이라는 점인 것 같다. ‘빅 브러더’는 프로그램의 기획자들조차 등장인물의 성격과 줄거리를 예측할 수 없는 드라마이다.

그러나 시청자 투표를 통해 참가자를 쫓아내는 장치는 참가자들에게 심리적 강박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스웨덴에서 무인도에 사람들을 데려다놓고 그들의 실제행동을 담은 프로그램이 방영되었을 때, 이 프로그램에서 시청자 투표에 의해 가장 먼저 쫓겨난 사람이 기차에 몸을 던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런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스스로 신청서를 낸다. CBS의 ‘빅 브러더’에 신청서를 낸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기 돈을 들여 CBS가 지정한 인터뷰 장소로 여행을 하고 있다. 그리고 모두들 자신들의 가장 어두운 면까지도 전국에 공개하게 될 이 프로그램에 선발되기를 바라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빅 브러더’가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이 프로그램이 TV뿐만 아니라 인터넷으로도 방영되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고 싶은 사람들은 편집을 거치지 않은 실시간 영상으로 언제 어느 때고 ‘빅 브러더’의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되었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이 웹사이트의 접속 건수는 무려 5200만 건이나 되었다. 이는 이 프로그램 기획자들의 예상보다 거의 10배나 되는 수였다.

그러나 이 수는 공식적인 ‘빅 브러더’ 웹사이트의 접속건수만을 집계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를 끌 때에는 카린에 관한 웹사이트만도 무려 40개나 되었다. 시청자들이 프로그램 출연자들에 대한 정보를 너무나 얻고 싶어했기 때문에 해커들이 출연자들이 살고 있는 집의 마이크로 잡은 소리들을 몰래 훔쳐다가 인터넷으로 방송했던 것이다. 카린은 “내가 이를 닦을 때 나는 소리도 인터넷에서 들을 수 있었다”면서 “사람들은 그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물론 TV만으로는 이렇게 하찮은 일까지 방영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인터넷은 섹스, 식사, 수면 등을 똑같은 비중으로 다룬다. 방송국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웹캠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카메라를 통해 자신들의 삶을 인터넷으로 방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현재 25만 명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TV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삶을 속속들이 드러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노출증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전에는 불쾌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노출증이 이제는 ‘모험’이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탐험가들이 거친 환경과 거센 바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듯이, ‘빅 브러더’의 출연자들은 수백만 명의 낯선 사람들 앞에서 몸을 씻고 울기도 하면서 자아를 탐험하는 여행을 하는 사람들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네덜란드에서 ‘빅 브러더’가 방영되기 1년 전에 이 프로그램의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네덜란드 심리학자들이 너무나 강하게 반발을 해서 기획자들은 출연자들을 선정할 때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독일에서는 방송규제 위원회가 이 프로그램을 취소시키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결국 이 위원회는 프로그램을 취소시키기 위한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었으나, 기획자들은 하루에 한 시간씩 집 안의 한 침실에 관한 촬영을 하지 않겠다고 양보를 해야 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이 결정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생활에 대한 침해가 줄어들수록 자신들의 모험의 격도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빅 브’의 출연자들은 기획자들이 정한 공식에 따라 선발된 사람들이다. 네덜란드의 ‘빅 브’에서 기획자들은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의 일상생활에서 드라마 같은 재미를 느끼게 하려면 반항아, 지도자, 어머니 혹은 아버지, 아름다운 소년과 소녀, 못된 누이 같은 타입의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만으로는 부족했다. 출연자들이 갈등을 일으키고 서로 충돌하거나 연합하게 할 계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기획자들은 출연자들의 샤워시간을 90초로 제한했다. 미국판 ‘빅 브’에서는 더운물이 공급되는 시간을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두 시간 동안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또한 출연자들의 식사와 기타 일용품을 위한 예산도 1인당 하루에 5달러로 제한되며, 출연자들이 매주 부과되는 임무를 달성하면 예산이 조금씩 늘어나게 된다. 네덜란드의 ‘빅 브’에서 출연자들에게 부과된 임무는 우편번호 90개 외우기, 줄타기 배우기, 집 바깥에 피워놓은 불을 4일 동안 꺼뜨리지 않기 등이었다.

네덜란드 ‘빅 브’의 기획자이며 유럽의 다른 나라와 미국의 ‘빅 브’ 기획에도 참가한 폴 로머는 이 프로그램에서 방영되는 사람들의 생활이 “보통사람들의 현실생활과는 거리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때로 출연자들의 진정한 면을 발견하게 된다”면서 “그런 순간이 바로 훌륭한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521mag-interne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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