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시 풍향계' 삼성전자-은행株 주목하라

  • 입력 2000년 5월 24일 19시 04분


‘과연 우리 증시가 어디로 가는 걸까. 언제쯤 활짝 웃을 날이 올까.’

연일 시퍼렇게 물든 주식시세판이 투자자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증권사 시장분석가(스트래티지스트)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어렴풋하게나마 어떤 종목을 좇아가다보면 그나마 뛰고 있는 증권시장의 맥박을 느낄 수 있는지를 짐작할 뿐이다.

▼"금융불안감 해소 관건"▼

▽지금은 어디쯤인가〓의견이 가지각색이다.

현대증권 투자전략팀 오성진과장은 “외환위기가 외생적인 변수에 따른 국가적인 차원의 총체적 위기였다면 지금은 국내적인 요인에 의한 은행 등 금융부문의 위기로 그 심각성은 외환위기에 버금간다”고 우려했다.

반면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이종우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이 망가지고 이에 따라 투자심리가 악화했다는 것을 빼놓으면 펀더멘털 측면에서 사실상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며 “국내적으로 금융위기의 우려가 있으나 정부의 상황대처능력을 믿어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다만 대다수 시장전략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이 ‘은행의 위기’로 귀결되는 금융위기의 시기라는 공통된 진단을 내렸다. 신한증권 리서치센터 정의석부장은 정부의 구조조정 지연, 구조조정 필요성과 일정과 계획에 대한 비공개,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법적 제도적 뒷받침 부족 등 ‘정부의 금융정책의 위기’를 거론했다.

▽거래소 풍향계〓거래소 시장 분위기의 변화를 그대로 전달해줄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등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종목들과 은행주들이 지목됐다.

삼성전자 등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은 거래소 장세전환의 열쇠를 쥐고 있는 외국인이 집중편입한 종목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4월 이후 삼성전자가 독주하면서 시장분위기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주들은 현 장세의 배경과 장세변화 추이, 즉 금융구조조정의 방향과 진행과정을 즉각적으로 반영해준다는 점에서 지표종목으로 꼽혔다.

동원경제연구소 강성모 투자전략팀장은 “현재로선 은행주 주가의 흐름 반전 시기는 시장 분위기 반전 시기보다 늦게 올 가능성도 있다”면서 “은행주가를 따라감과 동시에 은행산업의 구조조정과 속도도 함께 살펴 종합적으로 장세변화를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달중 반등계기 올듯▼

▽코스닥 풍향계〓코스닥의 장세흐름을 판단하려면 올 3,4월에 신규등록된 종목들의 주가를 살펴보는 게 좋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들중에는 코스닥이 기력을 회복하면 가장 먼저 매기가 몰릴 정도로 실력있는 기업들이 상당히 있다.

정부장은 “등록 직후 연속상한가 행진을 벌이다가 한번 급락하고 1,2개월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종목이 늘기 시작하는 때를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때로 간주해도 좋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다음 새롬기술 등 대형인터넷주가 여전히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토대로 코스닥 분위기를 중계할 것"이라는 의견.

▽흐름 반전 시기〓6월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완연히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들이다. 빠르면 6월초에 단기반등을 기대할 수 있으나 늦으면 8,9월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

사실 구체적인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대내외 여건이 안정궤도에 접어드는 시점이 그때쯤 될 것이라는 얘기다.

세종증권 리서치센터 이철순차장은 “대략 6월말이면 대외적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이 일단락되고 엔화 유로화 등 달러 이외 통화의 약세가 진정되며 대내적으로 금융구조조정의 기초채색이 완성되고 기관 매물도 정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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