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시침체 부메랑 증권사 울린다…대형사들 적자

  • 입력 2000년 5월 21일 19시 44분


최근 증권거래소 장기 침체와 코스닥시장 급락세로 대형 증권사들이 고유계정 보유주식의 평가손으로 4월 한달에 적자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코스닥시장에 신규 등록된 일부 종목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시장조성 비용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사 울고 중소형사 웃었다〓현대와 삼성 LG투자 대신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4월에 적자를 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적자규모는 △현대 56억원 △삼성 15억원 △LG투자 250억원 △대신 342억원 정도로 추산됐다.

증시 침체로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 증권사일수록 적자 규모가 큰 것이 특징으로 나타났다. 반면 작년말에 보유주식 규모를 200억∼300억원선으로 줄인 중소형 증권사는 대부분 흑자를 냈다는 것.

세종증권의 경우 사이버거래 수수료율을 가장 크게 낮췄지만 주식투자로 90억원 이익을 올려 4월 한달간 60억원 흑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는 수수료율 인하경쟁이 증권사 손실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

대신증권 안병우 선임연구원은 “4월에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을 합쳐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며 “이같은 거래대금 규모라면 각 증권사들이 수수료 수입만으로도 비용을 충당하고 남는다”고 말했다.

▽시장조성비용은 크게 늘어날듯〓코스닥시장 급락세로 몇몇 신규 등록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의 80% 밑으로 곤두박질하면서 주간사업무를 맡은 증권사들의 ‘주가 떠받치기’ 비용지출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4일과 16일 각각 거래가 시작된 한솔창업투자와 한국신용평가정보 주간사인 교보증권과 LG투자증권은 현재 시장조성을 진행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교보증권은 88억원을, LG투자증권은 148억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게다가 이렇게 보유한 주식은 평가손을 내는 악순환을 부른다. 작년말 한국가스공사 시장조성에 1667억원을 써 549만여주를 보유한 대신증권의 4월 적자는 거의 평가손으로 수수료수입은 170억원 흑자라는 것. 가스공사 공동주간사였던 한화증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들은 공모가를 낮추는 등의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23∼24일 공모청약을 하는 제일창업투자의 공모가를 수요예측결과인 1만9000여원보다 12%정도 낮은 1만7000원으로 결정했다.

대우증권 종합금융부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증시가 급락하면 상장절차를 연기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 주간사업무를 맡은 기업의 등록 연기를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고민이 되는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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