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랭스필드컵]10m 버디 '쏙'…박노석 역전우승

  • 입력 2000년 5월 21일 19시 44분


한국남자프로골퍼 중 최초로 미국PGA투어 정규멤버로 활약하고 있는 최경주(30·슈페리어)는 골프연습장에서 볼을 거둬들이는 일을 하며 어렵게 골프를 배웠다.

21일 제43회 랭스필드컵 한국프로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2억원) 정상에 오른 박노석(33·류골프)도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고생한 것만 따지면 최경주에 못지 않다.

고교중퇴 후 건설현장 막노동꾼으로 전전하던 박노석이 골프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세이던 87년. 그는 골프연습장 배수로공사를 하던 중 사장의 눈에 띄면서 골프에 입문, 프로테스트 5차례 도전 만에 93년 프로골퍼로 데뷔했다.

월세도 밀리며 프로테스트 응시비용을 충당했던 그가 비로소 프로골퍼로 꽃피우기 시작한 것은 97년 국내외 3승(SK텔레콤클래식, 슈페리어오픈, 필립모리스아시아컵)을 거두면서부터.

하지만 뒤늦게 아내에게 면사포를 씌어준 97년 가을 결혼식 피로연 때 친구들에게 발바닥을 잘못 맞아 아킬레스건과 허리를 다치는 중상을 당해 선수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그는 “어렵게 시작한 골프를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며 눈물겨운 재활로 다시 일어나 지난해 겨울 일본PGA투어에 진출했고 올 2월에는 ‘류골프’와 스폰서 계약을 맺으면서 전성기의 샷을 되찾았다.

21일 88CC 서코스(파72)에서 벌어진 제43회 랭스필드컵 한국PGA선수권대회 최종 4라운드.

대회 2연패를 노리던 강욱순(34)과 팽팽한 접전을 벌이던 박노석은 승부처였던 16번홀(파4·402m)에서 내리막 라이의 10m짜리 버디퍼팅을 성공시켜 지난 3년 동안의 마음고생을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이날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낚은 그의 우승스코어는 16언더파 272타, 상금은 3600만원.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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