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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5월 19일 1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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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계자는 19일 “일반주거지역을 1∼3종으로 나누는 과정에서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부분의 일반주거지역 용적률 제한선을 현재와 마찬가지로 300%인 3종지역으로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학계 등에서는 잇따른 고밀도 개발로 포화상태에 이른 서울에서 또다시 개발업체의 압력에 밀려 타협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선 구청과 건설업계는 용적률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조례안 강화 입장〓경실련은 이날 도시연대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모여 조만간 서울시를 상대로 용적률 축소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기로 했다.
경실련 김병수(金兵洙)도시계획센터부장은 “서울시가 개발 위주에서 환경을 중시하는 쪽으로 전환하겠다면서 정작 업계와 주민들의 눈치를 보며 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 제한선을 300%로 정한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임강원(林岡源)교수는 “서울은 이미 포화상태로 도시환경의 질이 너무 열악한데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안은 너무 미흡하다”고 말했다. 임교수는 “정부의 도시정책과 상위법이 잘못된 탓이긴 하지만 용적률 제한 등을 더욱 엄격하게 강화하고 조례 적용도 경과기간 없이 7월부터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시계획기술사회 김수근(金洙根)회장은 “단독은 낡으면 자기 돈으로 새로 짓지만 아파트는 공짜로 새로 지으면서 덤으로 이득까지 챙기며 고층으로 쌓아 올리고 있는 게 재건축 시장의 현실”이라면서 “이런 문제도 바로잡고 고밀도 개발을 막아야 후세의 비난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례안 완화 입장〓서울 구청장협의회는 “새 조례안은 주민들의 현실적인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며 “용적률 제한을 완화하고 현재 추진중인 상세계획은 기득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 일반주거지역의 종별 세분화 작업도 서울시가 서둘러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지만 최종 결정권은 구청장에게 있는 만큼 도시계획법 시행령에 규정된 경과규정에 맞춰 2003년까지 최대한 늦춰 지정한다는 입장이다.
한 구청장은 “서울시가 재건축을 추진하는 시민들을 마치 주거환경은 뒷전으로 하고 이득만 챙기려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셈이이서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상업지역 내 주상복합건물의 용적률 강화에 대한 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김원정(金元政)삼성물산 상무는 “상업지역에서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을 억제해 상업시설만 늘렸을 때 유동인구와 교통유발요인이 늘어나 오히려 도시환경을 해칠 것”이라면서 “지역 여건에 따라 상업지역이라도 주거 기능이 필요할 수 있는데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정기태(鄭基台)대한주택건설사업협회이사도 “택지가 부족한 서울에서 주택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용적률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입장 및 전망〓서울시는 조례안을 발표한 뒤 여러 가지 이유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우선 도시계획법 시행령에 명시된 경과규정에 따라 2003년 6월 말까지 법적으로는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 제한이 현행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개혁 의지’가 퇴색한 것.
게다가 주택시장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 일반 주거지역 대부분을 3종 지역으로 편입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한 상태여서 조례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그러나 새 조례안에 명기된 ‘시장이 필요한 경우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지정해 규정보다 용적률을 낮출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무분별한 아파트 재건축 등을 막을 방침이다. 또 일반주거지역의 종별 세분화 작업도 연말까지는 초안을 완성한 뒤 각 구청을 독려해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지을 방침이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