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이미자 "팬 있는한 은퇴는 없죠"

  • 입력 2000년 5월 17일 19시 34분


가수 이미자씨(59)는 기자와 지금까지 네 번 만났다. 그러나 ‘엘레지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실감나지 않는다. 그는 이모 같은 편한 어투와 웃음으로 대하곤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손자 손녀까지 본 할머니인데도 그 표정에는 세월이 묻어 있지 않다.

이미자씨는 22, 23일 오후 7시반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지난해 데뷔 40주년을 기념해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26개 도시를 순회한 뒤 다시 서울에서 여는 앙코르 무대다.

공연 이야기부터 꺼내자 그는 대뜸 “노래 인생을 마무리한다는 말이 너무 조심스럽다”고 말한다. 일부에서 이 말을 ‘사실상 은퇴’라고 확대해석해 이씨 자신은 물론 수많은 팬들을 당황하게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해프닝’이었지만 이씨는 이혼했을 때나, 지금 남편 김창수씨를 만났을 때 등 노래 인생 40년의 고비고비마다 유명세를 호되게 치렀던 악몽을 떠올렸다.

“은퇴라니요. 그냥 ‘세종문화회관처럼 큰 무대에 다시 설 수 있을까’라고 말한 게 와전됐어요. 그동안 나는 말조심하면서 살아왔는데 하루 아침에 실없는 사람이 돼버렸으니…. 앞으로는 낙도나 시골의 작은 무대에서 팬들을 만나고 싶어요.”

―조영남씨가 ‘이미자씨의 목소리는 40년간 변함없다’며 감탄하는 걸 들었습니다. 또 사후에 연구를 위해 목을 기증했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목 관리를 위해 특별히 하는 건 없어요. 목 건강은 타고났어요. 몹시 피곤할 때는 화장만 대충 지우고 자는 적도 많거든요. 목을 기증했다는 이야기는 낭설입니다. 목소리가 좋다는 찬사이긴 해도….”

―‘동백아가씨’ 같은 노래는 수 천 번도 더 불렀을 텐데요. 피곤한 몸으로 무대에 오르면 ‘요령’ 같은 게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 유혹을 받기도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의 갈채를 받으면 저절로 ‘신기’(神氣) 같은 게 우러나와 혼신을 쏟게 돼요. 요즘에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다리가 아프긴 해요(웃음).”

―‘동백아가씨’는 첫 밀리언셀러입니다. 많은 히트곡으로 돈도 많이 벌었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아요. 그 때만 해도 음반사가 수입을 얻었고, 가수는 극장쇼 출연 등으로 돈을 벌었지 음반 수입은 별로 없었어요. 하긴 노래가 히트하니까 극장 출연비가 뛰더군요. 수표나 온라인 입금이 없어 신문지에 500원, 1000원짜리를 되는 대로 둘둘 말아 몇 뭉텅이씩 받곤 했는데 그 느낌이 얼마나 좋았던지.”

―가정도 일(노래)만큼 성공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가요인생 못지 않게 안도감이 들어요. 내가 낳지는 않았지만 두 딸은 출가해 잘 살고 있고, 남편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들 용민이는 경희대 대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전 남편과 사이에 낳은 딸(정재은)도 잘 지낸다고 하고. 집안에서는 가수 티를 절대 내지 않도록 조심했어요. 우리가족이 이미자의 남편이나 딸로 불리길 원하지 않았어요. 대신 제가 누구의 아내 또는 누구의 엄마로 불리길 원했어요. 집에서 노래 연습도 이어폰끼고 혼자 했으니까요.”

―특별한 운동도 하지 않고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골프는요?

“다이어트는 아예 안해요. 그냥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지방 공연 2, 3일씩 나갔다 오면 며칠간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어요. 골프채는 3년 전부터 잡았는데 아직도 7번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남편 친구끼리 부부동반으로 필드에 나갈 때면 나는 항상 외토리여서 시작했는데, 노래만큼 안되네요.”

이미자씨는 후배 트로트 가수들에게 “노래에 자신감이 생기면 기교를 부리게 되는 데 그게 팬들에게 싫증을 준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3만, 5만, 7만, 10만원. 공연 문의 02-337-8474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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