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애니 기븐 선데이/검은 음모와 싸우는 스포츠 정신

  • 입력 2000년 5월 15일 19시 47분


‘플래툰’ ‘7월4일생’ ‘JFK’ ‘닉슨’ 등을 통해 베트남전과 대통령의 비리 등 미국 현대사의 치부들을 영상에 담아온 올리버 스톤 감독. 1997년 ‘U턴’ 이후 2년만에 내놓은 ‘애니 기븐 선데이(Any Given Sunday)’는 그의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비주얼한 작품으로 꼽힌다.

영화의 도입부. ‘사나이들에게 가장 환희에 찬 순간은 온 몸으로 싸워 승리한 후 녹초가 되어 쓰러졌을 때’라는 전설적 미식축구 코치 빈스 롬바르디(1917∼1970)의 말이 인용된다. 슈퍼볼 우승컵이 그의 이름을 따 빈스 롬바르디컵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했던 인물. 영화는 롬바르디로 상징되는 스포츠 정신의 계승자인 코치 디마토와 그에 맞서는 어두운 세력을 대비시키면서 진행된다.

챔피언 타이틀을 두 차례나 차지했지만 연패에 빠진 디마토(알 파치노)는 좀 구식이지만, 미식축구가 인생의 전부다. 그는 “나는 가정도, 인생도 없다. 풋볼(미식축구)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하곤 한다. 그의 반대편에는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젊은 여구단주 크리스티나(카메론 디아즈), 돈의 노예가 된 스타 등 프로 스포츠의 어두운 그림자들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디마토는 쿼터 백들이 잇따라 부상하자 후보 윌리(제이미 폭스)를 기용한다. 윌리는 발군의 실력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지만 팀웍을 강조하는 디마토와 마찰을 빚는다.

제 버릇을 남주기는 어려운 것일까? 스톤 감독은 미식 축구를 다루면서도 이를 총소리만 없는 ‘전쟁 터’로 바꿔버렸다. 정적과 환호가 교차되는 교묘한 편집은 선수들의 맥박 소리까지 느껴질 정도로 박진감이 넘친다. 선수를 소모품으로 여기는 구단주, 스타를 죽였다 살렸다하는 매스컴의 횡포 등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구단주에 대한 디마토의 예상치 못한 반격으로 마무리되는 반전이 흥미롭다.

하지만 이분법으로 지나치게 단순화된 인물 구도는 지나치게 작품을 평면적으로 만들었다는 아쉬움을 준다. 18세 이상 관람가. 20일 개봉.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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