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미국인 의식조사]기도

  • 입력 2000년 5월 14일 20시 27분


미식축구 경기 시간이 6초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4점을 뒤지고 있는 팀의 쿼터백 칩이 심판에게 타임을 요구하고 코치에게 달려간다. 코치가 그에게 말한다.

“네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성모님께 기도를 드려.”

“정말로 기도를 해야 하나요?”

“밑져야 본전이잖아? 어서 가봐. 나도 기도할 테니까.”

칩은 경기장으로 나가서 선수들에게 코치의 말을 전한다. 기도의 효과를 믿는 선수 세 명이 즉시 기도를 시작한다. 그러나 평생 동안 한 번도 기도를 한 적이 없는 스쿠트라는 이름의 선수가 제동을 건다.

“난 빼 줘. 기도는 내 스타일이 아냐.”

기도는 하지만 그 효과를 별로 믿지 않는 다른 선수가 끼어든다.

“기도를 할 수는 있어. 하지만 기도가 정말 효과를 낼지 어떻게 알지?”

또 다른 선수가 말한다.

“만약 저쪽 팀도 기도를 한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기도의 효과를 얻는 게 어느 쪽이야?”

그들은 이렇게 설왕설래 토론만 하다가 경기를 지연시켜 벌칙을 받는다.

한편 천사 가브리엘은 성모 마리아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성모에게 그 소식을 전한다.

“또 청원인가요?”

“대학팀의 경기입니다.”

“선수들 유니폼이 푸른색과 황금색이군요.”

“성모께서 제일 좋아하는 색이죠. 가톨릭 학교인가요?”

“내가 내 취향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 것 아시잖아요.”

“최근 다섯 건의 청원을 제외한다면요. 그들은 모두 가톨릭 학교였고 경기에서 이겼습니다.”

“저 팀의 쿼터백이 내 도움을 원하고 있군요. 그의 마음에 축복이 있기를.”

“다른 선수들 중 3분의 1도 성모님의 도움을 바라고 있다는 건 아시죠? 그리고 거의 절반에 가까운 선수들이 기도는 하겠지만 성모님이 정말로 도움을 줄 거라고 믿지는 않겠다고 하는군요.”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절대로 기도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죠.”

잠시 후 가브리엘이 말한다.

“공이 공중을 날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성모님의 차례입니다.”

마리아가 다 빈치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묻는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요?”

칩은 상대편 수비수들에 눌려 쓰러진 상태에서 관중들의 환호를 듣고 활짝 미소를 짓는다. 몸을 일으키면서 보니 TV 기자가 득점을 한 스쿠트에게 마이크를 들이밀고 있다.

가브리엘이 마리아를 바라보며 묻는다.

“이번에도 성모님이 좋아하시는 편을 들어주셨군요.”

마리아는 애매모호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스쿠트도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그렇죠?”

▽당신은 어떤 보상을 기대하고 기도를 하는 편입니까. 아니면 보상에 대한 기대 없이 기도를 하는 편입니까? 혹은 아예 기도를 하지 않는 편입니까?

 전체고교중퇴이하고졸대학중퇴대졸대졸이상
기대가 있음35%44%40%36%29%23%
기대가 없음45%34%40%47%50%52%
기도 안함16%17%16%13%15%23%

▽필자:엘모어 리카르도(소설가)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507mag-spiritualit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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