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국내 외항선 첫 女 1등항해사 최선숙씨

  • 입력 2000년 5월 10일 18시 46분


“여선장이 꼭 될 겁니다.”

현대상선의 자동차운반선인 ‘아세안트러스트’호에 소속된 2등 항해사 최선숙(崔善淑·27)씨는 10일 1등 항해사로 승진한 직후 여선장이 되겠다는 다부진 꿈을 밝혔다. 국내에서 외항선을 타는 여성 1등 항해사가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

1등 항해사는 부선장이 없는 외항선에서 선장을 대신해 2등, 3등 항해사 및 갑판부원 등 10여명을 지휘하는 자리. 최씨는 앞으로 4년 정도 승선 경력을 더 쌓고 근무평점이 좋으면 마도로스가 바라는 최고의 꿈인 선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최씨와 같은 배에 승선하고 있는 2등 기관사 조경주(趙璟珠·27)씨도 이날 1등 기관사로 승진했다. 조씨 역시 4년 후엔 선박의 기계정비 및 보수를 책임지는 기관장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들은 96년 한국해양대 졸업과 동시에 3등 항해사와 3등 기관사로 현대상선에 입사해 2년 뒤인 98년 나란히 2등 항해사와 2등 기관사로 승진했다.

현대상선은 96년 여성으로서는 처음 이들을 채용한 이후 △97년 3명 △98년 4명 △99년 5명 △올해 7명 등 모두 21명의 여성 항해사와 기관사를 채용했다.

최씨는 “최근 외항선은 자동화된 운항시스템 등 첨단장비를 탑재하고 있고 선내 시설이 육지 못지않게 잘 갖춰져 있어 업무나 생활이 여성에게도 큰 무리가 없다”며 “아버지뻘되는 선원들을 다스리는 것이 좀 부담되긴 하지만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사고방지 등 선박의 안전운항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두 사람이 입사동기이고 같은 여성임을 감안해 원한다면 앞으로도 같은 배를 탈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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