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자손없는 내시-궁녀 집단묘역 있었다

  • 입력 2000년 5월 8일 19시 47분


“혹시 내시(內侍)들의 묘를 아십니까.”

서울 노원구 월계2동 초안산 일대에 조선시대 내시들의 묘로 추정되는 약 1000여기의 묘가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인덕대 뒤편에 자리잡고 있는 내시묘역은 조선시대 자손이 없는 내시와 궁녀들을 위해 조정에서 마련한 묘터로 알려져 있다.

인근 주민들은 내시들이 많이 묻힌 곳이라는 의미로 ‘내시네산’이라고 불러왔다. 이곳에서 9대째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일제 시대만 해도 마을에서 매년 가을 내시들을 위한 제사를 지냈다”고 말했다.

노원문화원 향토사연구소 이강남(李康南)소장은 “옛 문헌을 보면 내시와 궁녀들이 나이가 들어 궁궐에서 나온 뒤 노원구(당시 양주목) 일대에 많이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며 “지난해 간이 조사결과 내시부에서 일했다는 묘비가 일부 나온 것으로 봐서 주로 내시와 궁녀를 위한 묘역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묘들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이며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석물이나 비석 등이 여기 저기 나뒹굴고 있다. 봉분이 없어져 묘의 흔적만 남아 있거나 잡초만 수북한 경우도 있다. 또 최근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등산로가 개발되면서 훼손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노원구는 지난달 말 사단법인 한국미술사연구소에 내시 묘역의 현황 조사를 위한 용역을 의뢰했다. 구 관계자는 “내시묘역이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적극적인 보존 및 복원 대책을 세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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