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유럽 에니메이션 모음 '우리가 다시 그려요'

  • 입력 2000년 5월 7일 22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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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인이 지구를 방문한다면? 자동차로 가득찬 대도시에서 그들의 눈에 비친 지구의 생물체는 바로 자동차다. 이 생물은 정기적으로 주유소에서 식사를 하고, 갖가지 교통표지판으로 공부도 하며, 산이나 언덕은 모두 깍아 자신의 길로 만든다. 때가 되면 병원에 가서 완전히 죽었다가 재생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두통거리는 그들 안에 기생하는 기생충들, 곧 사람이다. 외계인이 보기엔 지구의 주인은 자동차고, 인간은 기생충에 불과하지 않을까?

‘지구 미스터리’란 제목의 애니메이션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캐나다의 카즈 디달 감독의 작품. 캐나다의 NFBC, 네덜란드의 RNTV가 제작한 ‘우리가 다시 그려요!’에는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이같이 수준 높은 유럽의 단편 애니메이션 12편이 담겨 있다.

일본이나 미국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유럽의 단편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한 번쯤 생각할만한 ‘철학동화’처럼 읽힌다. 10분 미만의 짤막한 애니메이션이지만 환경문제, 생명에 대한 존중, 인간의 정신과 철학의 문제, 가난과 부의 의미 등이 촌철살인적인 감각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한 남자가 어느 마을에 들어와 사람들의 꿈을 모두 훔쳐간다. 그리고 그 꿈들을 다시 되팔기 시작한다. 꿈을 사러왔던 사람들은 어느 순간, 자기가 산 꿈이 원래 자신들의 꿈이었음을 알게된다….”(죠이스 보렌스타인 감독의 ‘도둑맞은 꿈’)

“담배를 즐겨 피우는 사람들 머리 속에는 쥐가 한 마리씩 들어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깊은 고민에 잠길 때, 기분 전환을 원할 때, 소녀가 어른 흉내를 내고 싶을 때, 머리 속에 쥐가 나와 종을 울려댄다. 훈련된 쥐와 흡연습관을 지닌 인간의 두뇌 프로그램은 결국 같은 것이 아닐까.”(브제니슬라브 포야르 감독의 ‘파블로프의 쥐’)

이밖에도 산불을 끄는 코끼리, 소년과 흰 기러기의 우정 등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그린 애니메이션 등이 실려 있다.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영상미디어 교육’ 용으로 추천할 만하다. 2만5000원. 02-765-8312(라바필름)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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