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홍사종/'과외 대안찾기' 기획 아쉬워

  • 입력 2000년 5월 7일 20시 29분


지난주 온 국민의 관심거리는 무엇보다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과외 전면허용’이 아니었나 싶다. 필자의 상상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과외허용은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느끼는 근로자들이 1일 근로자들의 날 집회에서 화염병을 들고 나왔다는 보도 (2일자 A31면)와도 결코 무관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총 지출 중 음식물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89년 32.4%이던 것이 98년에는 27.6%로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총 지출 중 과외비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서민 가계를 위협하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과외를 거꾸로 보면 자식의 장래라는 또다른 자신의 미래를 향한 부모들의 투자다. 그렇지 않아도 공교육 부실로 늘어만 가는 과외비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던 보통 시민들의 허탈감에 불지른 것이 ‘과외전면 허용’ 이라는 보도가 아니었을까.

그러한 측면에서 동아일보는 지난 한 주 사회적 파장이 큰 이 과외문제를 순발력 있게 여파를 예측하고 적극적으로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을 해내지 못했다. 1일자 3면은 문용린 교육부장관이 밝힌 ‘저소득층 과외비 정부지원’ 1면 관련기사를 ‘DJ-YS 만나긴 만나는데’ 라는 가십성 기사 아래에 ‘공교육이 사교육에 백기를 든 꼴’ 이라는 해설로 박스의 크기조차 똑같이 처리했다. 선거 이후 등등해진 지역감정에 편승해 세를 과시하고 싶은 YS와 이를 포용할 수밖에 없는 DJ의 만남의 결과가 ‘가까워질까 더 멀어질까’ 정도의 보잘것없는 문제라면 그 하단에 비중 없이 똑같은 박스로 처리된 문장관 발언파장 기사는 실로 온 국민의 폐부에 깊숙이 닿아있는 중대 기사다. 물론 산발적으로 공교육 등의 중요성을 강조한 지면이 다각도로 반영됐다고는 하지만 신문이 문제의 중심에 서서 재빨리 설득력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력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반면 2일자 A8면 영호남 출신 학자들이 말하는 지역감정 치유와 4일자 A3면 ‘무기중개 비리의혹’ 린다 김의 변호사와 인터뷰기사는 거꾸로 본 기획으로 돋보였다. 지난 선거가 우리 사회의 지역감정이라는 해법 없는 병리현상을 들추어냈다면 영호남 두 학자간 자기 비판으로 푸는 대담기사는 해법도 있다는 희망을 향한 신선한 접근 방식이 아니었나 싶다. 또 무기중개 로비의혹 사건을 보는 일간지끼리의 부풀리기 보도의 홍수 속에서 과감하게 한 지면을 할애한 기획도 이런 유의 사건이 터질 때마다 끓어오르던 마녀사냥식 집단 새디즘적 사회적 광기를 어느 정도 잠재우고 독자들로 하여금 시비의 일단을 균형 있게 지켜보는 데 도움을 준 기사였다고 판단된다.

끝으로 내 고향사람도 잘 안읽는 지면 중의 하나인 1일자 27면 ‘지금 내 고향에선’은 지면의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임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 싶다. 지난 기사 중 제주 천지연폭포 칠선녀축제 등과 같은 행사와 부산 사상구청 신청사 착공 등 게시성 소식이 일률분할식 박스로 처리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사정이 편집자에게 따로 있는지 되묻고 싶다.

홍사종(숙명여대교수·문화관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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