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금융株 "바닥일때 사자" "좀 더 기다리자"

  • 입력 2000년 5월 7일 18시 38분


‘바닥을 확인하고 막 오름세로 돌아선 지금이 투자 적기(適期)다.’

‘아직은 금융구조조정의 윤곽이 잡히지 않았다. 좀더 기다려보자.’

현대투신 문제가 고비를 넘겨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기미를 보이자 금융주에 대한 관심이 새삼 일고 있다.

하지만 금융주가 ‘이보다 쌀 수는 없다’는 점에 대해선 의견이 일치하지만 막상 지금 손을 댈 시점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투자적기인가 아닌가〓모건스탠리딘위터의 다니엘 유 애널리스트는 4일자 보고서에서 “한국 은행주는 그냥 놔두기에는 너무 싸다”며 국민 신한 주택은행을 매수 추천했다. 국내외증권사들은 삼성증권 대신증권 LG투자증권 등에 대해서도 최근 잇달아 매수를 권고했다.

하지만 대신경제연구소 안병우 수석연구원은 “아직은 조금 이른 느낌”이라는 입장. 증시 전체가 안정돼야 금융주 주가에도 상승 탄력이 붙게 된다는 것. 그는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 공적자금 투입이 가시화되는 5월말∼6월말까지는 관망하는 게 좋다고 본다.

ING베어링스 목영충이사는 “길게 보면 살 기회이고 짧게 보면 굳이 사라고 권유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주가 추가로 폭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이 금융주를 사야 하는 이유가 되진 않는다”며 “다른 종목에 투자했을 때의 수익률과 금융주 투자수익률을 비교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심리 언제 깨어날까〓증권가에서는 당초 “투신 문제만 해결되면 금융구조조정이 순탄하게 진행되고 ‘금융주는 싸구려’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금융구조조정의 첫단계인 현대투신 해법이 금융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불러일으키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특히 금융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온 외국인의 시각이 호전되지 않고 있다.

한 미국계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대투신 해법 발표 이후에도 외국인은 여전히 재벌 및 금융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은 올 2월초와 4월 중순에 우량은행주를 많이 사들여 현재 국민 신한 주택 등 우량은행에 대한 지분이 50∼65%에 이른다. 증권주는 2월초∼중순에 대량매수하면서 삼성증권(지분 19.67%) 외에 LG투자증권(8.01%)과 대신증권(10.51%) 의 지분을 크게 늘렸다.

한 외국증권사 영업이사는 “외국인들은 일단 투신 구조조정을 지켜본다는 쪽”이라며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회의가 짙어져 이들이 손을 털자고 나오면 금융주는 4월말 바닥권으로 다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재료의 단기적 영향〓대우증권이 산업은행에 인수되면 기존 대형 증권사 주가에 잠깐 동안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이 SK그룹에 넘어가는 것보다는 경쟁하기가 수월하다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정부가 서울투신운용의 부실을 떠안은 것으로 증권업종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굿모닝증권 서영수 연구원)이라는 의견도 있다.

투신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량은행들은 단기적으로 쏠쏠한 이득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투신권을 이탈하는 부동자금이 은행권으로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그 영향으로 은행권 예대마진이 현재 2.2%포인트에서 연말에는 2.7%포인트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진·이철용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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