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협종망치' 무슨 뜻일까…부천 성고문 다룬 작품

  • 입력 2000년 5월 3일 19시 55분


‘협종망치’(脅從罔治). 요즘 시대에 이렇게 어려운 제목의 연극이 있을까?

“위협에 의해 따른 자는 처벌하지 말지어다”라는 뜻의 ‘협종망치’는 중국 고전 서경(書經)에 나오는 한 구절. 시대와 권력의 급변 속에서도 구세력의 밑에 있던 자들을 현명하게 구별해 용서와 처벌을 해야 한다는 지혜가 담긴 말이다.

극단 여인극장(대표 강유정)이 내놓은 창작극 ‘협종망치’는 지난 시절 권력의 하수인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를 과연 어디까지 용서할 것인가를 되새겨보게 하는 작품. 작품의 모티브는 1986년 6월 부천경찰서에서 벌어진 성고문사건이다. 9∼22일 서울 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

이 연극은 정치극이자 여성극이다. 암울했던 시절 권력 앞에 여성이 받을 수 있는 최악의 모욕과 폭행을 당했던 권여사. 그는 세월이 흐른 후 국회의원 당선을 눈앞에 둔 고문경찰관 문근형의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두 발의 총알이 장전된 권총을 그에게 건네준다. 그에게 권여사 자신을 쏠 것인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인지, 둘다 함께 죽을 것인지 선택하게 하는 것.

작가는 ‘산씻김’ ‘불가불가’ ‘0.917’ 등의 화제작을 집필했던 이현화. 그는 “지난 역사의 치부를 수술하듯 도려내고, 새로운 시대를 맞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고 말한다. 그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이 작품의 메시지는 “위협이 없었는데도 자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용서하지 말지어다”인 것으로 보인다. 4시 7시반. 1만2000∼2만원. 02-732-4343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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