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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5월 3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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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 고위인사들이 국내기업인들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매출액 규모 등에서 외국기업을 압도하는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조차 ‘아랫사람’을 다루듯 고압적이라는 인상을 줄 때도 있다.
우리 기업이나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정부가 국내기업은 무시하는 반면 외국기업에는 지나치게 배려하는 듯한 ‘역차별’을 느낄 때가많다”는 불만을 자주 듣는다.
얼마전 재계가 30대그룹 지정제도 폐지를 정부에 건의한 것이나 정부가 추진중인 ‘지나치게 파격적인’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통화당국이 외국은행 국내지점에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제도를 적용하지 않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데 대해 시중은행이 반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 기업 임원은 “우리 기업의 주요 경쟁상대가 이미 외국 대기업으로 바뀐 상황에서 국내기업간 경제력집중문제 때문에 만들어진 30대그룹 지정제도는 누구에게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들도 “우리 은행들이 외국에 진출할 때 해당국 통화당국 정책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느냐”고 말한다.
글로벌경제에서 과거처럼 외국기업을 홀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선택하기도 어렵다. 우리 기업, 특히 재벌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외국기업을 ‘칙사대접’하고 국내기업을 무시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까. 국내외 기업이 동일한 조건의 ‘링’에서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심판’의 모습을 보고 싶다.
<권순활기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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