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창투사 본업은 차익챙기기?

  • 입력 2000년 5월 2일 19시 51분


벤처기업에 대규모로 투자했던 벤처캐피털 및 창업투자사들이 올들어 코스닥주가가 급등하는 틈을 타 지분을 대거 정리,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 특성상 투자원금 회수를 위해 매각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코스닥시장에 등록한지 1∼2개월만의 지분 처분은 기업에 대한 장기투자보다는 시세차익에만 집중, 코스닥시장 왜곡의 한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게다가 5, 6월중 대주주 지분처분 제한기한이 만료되는 코스닥기업이 82개에 달해 이들 지분이 시장에 매도물량으로 나올 경우 현 증시의 고질병인 수급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2∼3월에 집중매도〓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창투사들은 연초 코스닥시장이 큰폭의 조정을 받으며 1월말 178포인트까지 밀렸다가 2월부터 다시 급반등하자 물량을 내놓기 시작했다.

매도물량이 많았던 종목은 장미디어인터렉티브 15만주(총 지분의 5.36%) 성도이엔지 10만4000주(10.67%) 등이다. 특히 미디어솔루션은 기보캐피탈과 산은캐피탈 보유주식이 31만9000주(11.62%)나 쏟아져나왔다.

이때는 개인들의 ‘묻지마 투자’가 이뤄지고 기관투자가와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코스닥주식을 매입할때여서 물량소화도 수월하게 이뤄졌다. 또 코스닥 열풍속에 유망종목은 연일 상한가를 기록해 지분을 매각한 창투사들은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 창투사, 등록직후 매도〓증권업협회에 보고된 지분변동현황에 따르면 많은 창투사들이 올들어 코스닥등록후 3개월 이내에 지분을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텍창업투자외 1명은 코리아링크 지분 44만주(8.47%)를 코스닥등록후 보름여만에 팔아치웠고 대양창업투자는 경남스틸 지분 39만9000주(7.98%)를 등록후 13일만에 전량 매각했다.

또 산은캐피탈은 1월28일 등록한 미디어솔루션 지분을 2월말 5만1000주를 판데 이어 3월초다시 14만9000를 팔아 7.27%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KTB네트워크도 세종하이테크 지분 7만1433(9.58%)를 등록후 2개월만에 팔았다.

증권업협회 김병재 시장관리팀장은 “창투사 본업이 투자후 지분매각을 통한 원금회수지만 증시의 수급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많아 4월1일 이후 등록예비심사청구 기업부터는 등록후 3개월 이내에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이 기간을 다소 연장하는 방안까지 검토중.

▽대주주 물량도 쏟아질 예정〓현재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등록후 6개월 이내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달에만 20개, 6월에는 62개사의 제한기간이 만료된다.

대주주 지분은 한성에코넷 80% 케이알 78% 한국캑키지 80% 성진산업 79% 세원텔레콤 34.3% 다음커뮤니케이션 36.5% 등으로 매우 높아 이 물량이 시장에 나올 경우코스닥시장의 공급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동부증권 장영수 연구원은 “종합지수가 고점대비 46% 폭락한 현재 상황에서 지분매각에 나서는 대주주는 드물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심각한 수준으로 약화돼있는 시장체력 형편상 조그마한 심리불안정도 주가의 추가하락을 부채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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