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연예인 매춘' 방송가 두 시각

  • 입력 2000년 5월 2일 19시 51분


연예인 매춘 실태를 취재한 ‘뉴스 추적’ 방영을 앞둔 2일 서울 여의도 SBS본사와 일산스튜디오. 방송연예인노조가 이 프로그램을 내보낼 경우 출연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나서자 SBS 내부에서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었다.

여의도 보도본부 쪽에서는 “언론 자유 침해”라며 흥분했다. 그러나 일산 예능파트의 한 PD는 “보도쪽의 ‘열정’은 이해하지만…”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연예인노조의 공식 입장은 “노조의 자체 징계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를 방송하겠다는 것은 선정적 아이템으로 시청률을 올리겠다는 발상”이라는 것이었다.

방송 제작의 양대 축인 보도와 예능 분야, 직원은 아니지만 큰 축의 하나인 연예인들로 구성된 연예인노조는 목소리를 각각 내고 있었다.

방송가의 시각은 대체로 두가지로 집약된다. 우선 방송사가 스스로 연예인과 관련된 구조적 문제점을 파헤치려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다른 하나는 방송보도에 대한 ‘내부 압력’에 대한 우려였다. 연예인들의 ‘성 상납 요구 폭로’ 엄포가 현실화될 경우 ‘내상(內傷)’을 입을 수도 있는 사안이었기에 이 우려는 심각하게 제기됐다.

이번 사태는 보도와 오락이라는 이질적인 기능이 한 틀 안에 공존하는 우리 방송의 ‘전근대적’ 구조 때문이란 분석도 나왔다. 언론의 본질적 측면을 제외하고 본다면 수입의 대부분을 연예오락프로에 의존하면서도 정작 방송사의 정체성은 보도쪽에서 찾아야 하는 딜레마의 표출이란 분석이다. 상업방송의 현주소이자 그 고민이 집약된 사건이기도 하다.

연예인의 ‘육성 고백’을 상당 부분 삭제하고 브로커 등의 증언을 통해 실상을 고발하는 선에서 ‘조율’이 이뤄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사태와 관련한 불만의 접수창구인 동시에 해결창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쇼오락PD 출신으로 보도사령탑에 오른 이남기보도본부장이었다.

이승헌<문화부>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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