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현대 주가 왜 폭락했나

  • 입력 2000년 4월 26일 16시 34분


현대 계열사 주식들이 26일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폭락세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현대전자(-3100원)를 비롯해 자동차(-1750원), 증권(-1360원), 상선(-1050원) 등 4개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하고 현대건설(-10.53%)과 정공(-12.96%), 상사(-7.99%), 중공업(-6.81%) 등도 큰 폭 하락했다.

특히 거래량 순위에서도 현대전자와 건설이 1,2위를 차지하는 등 상위 6개 종목중 현대 종목이 5개나 차지하는 등 기관들이 주식을 내놓으면 개인들이 사들이는 양상을 보였다.

이같은 배경에는 25일 정부가 내놓은 투신사 구조조정 방안이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 대해서는 5조원 가량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으나 현대가 대주주로 있는 현대투신은 자체 자금을 조달해 부실을 털어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투신의 대주주인 현대전자(35.56%)와 현대증권(24.2%)이 우선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되고 덩달아 다른 계열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현대투신이 한남투신 인수에 따른 유동성 부족 해소를 위해 2조원 가량의 공적자금 지원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을 사기업에 지원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가 현대를 포함한 주요 그룹에 대해 세무조사 및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4대그룹 회사채 보유한도 규정에 걸려 현대 발행 채권 인수에 난색을 표시하는 등 현대가 채권발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도 현대 주가하락을 부추겼다.

이밖에 최근 참여연대가 현대투신의 `바이코리아펀드 불법운용’을 폭로한 것도 투자자들에게 현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해준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 주식의 폭락은 현대 그룹의 직접적인 경영상 어려움보다는 현대투신 부담에 따른 기관의 대량 매도가 주원인"이라며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투신사 정상화 방안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기성<동아닷컴 기자> basic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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