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ational]총기난사범 절반 정신질환 징후

  • 입력 2000년 4월 25일 19시 49분


▼1949년이후 100건 분석▼

그들은 술이나 약에 취해있지 않다. 인종차별주의자도, 악마 숭배자도, 폭력적인 영화나 음악에 중독된 사람도 아니다. 그들은 대부분 백인 남자들이지만, 여성, 동양인, 흑인의 비중도 놀라울 정도로 크다. 그들은 대부분 대학 졸업장을 갖고 있지만 직업이 없다. 퇴역군인들도 많다. 그들은 대부분 합법적으로 취득한 반자동 무기를 들고 다니며, 일을 저지른 후 도망치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은 총구를 자신들에게 향해서 자살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살해당한다. 그들은 남을 죽이고 싶어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죽고 싶어한다.

▼대부분 대졸이상 학력▼

이것은 뉴욕 타임스가 컴퓨터를 이용해서 1949년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총기난사사건 100건의 범인 102명을 분석한 결과이다. 이들이 저지른 사건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425명, 부상자는 510명이었다.

미국에서 발생하는 다른 살인사건과 비교하면 총기난사 사건은 드문 편이다. 그러나 이 사건들은 범죄, 교육, 미국 문화 등에 대한 강렬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는 지금까지 이루어진 논쟁들이 어쩌면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발견했다.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들 중 적어도 절반이 심각한 정신질환의 징후를 보였다는 점이다. 뉴욕 타임스는 이들 총기난사 사건의 공통점을 알아보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폭력적인 컴퓨터 게임이나 영화, TV 프로그램 등이 이들 범죄를 부추겼다는 증거가 거의 없다.

△지난 10년간 살인사건은 급격하게 감소했으나 총기난사 사건은 오히려 증가했다. 그러나 총기난사 사건이 모든 살인사건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가 채 되지 않는다.

▼주변서 증세악화 방치▼

△총기난사사건은 학교나 직장의 경비 시스템 미비보다는 정신질환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이해부족으로 인해 일어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102명의 범인들 중 절반 이상이 정신질환 병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주위의 사람들은 그들의 증세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이런 사건들은 충동에 의해 저질러지는 것이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미친 짓’이라고 묘사되었다. 그러나 재판기록을 검토하고, 경찰과 피해자, 범죄자 자신 등을 인터뷰한 결과 총기난사 사건에도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뉴욕 타임스가 조사한 100건의 사건 중 63건에서 범죄자들은 사건을 저지르기 전에 폭력적인 행동을 하겠다는 위협을 말로 표현했다. 이들의 범죄가 충동적인 것으로 보인 이유는 이들이 세우고 있던 범죄 계획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갑작스럽게 현실화되었기 때문이다.

▼원인은 실직-이혼-실연順▼

지금까지 범인들이 총기난사사건을 일으키게 된 계기로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것은 실직이다. 뉴욕타임스가 조사한 100건의 사건 중에서도 실직을 사건의 잠재적 촉발요인으로 꼽은 것이 47건이었다. 이혼이나 실연이 계기가 된 경우는 22건이었다.

반면 총기난사 사건이 다른 범죄와 확연하게 구분되는 요인도 몇 가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점은 범인들이 사건을 저지른 후 도망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예를 들어 제럴드 리 클레몬스는 1995년에 직장 동료 3명을 살해한 뒤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차에 몸을 기대고 경찰이 올 때까지 차분히 기다렸다. 또 1997년에 마이클 카닐이라는 14세 소년은 학교에서 3명을 죽이고 5명에게 부상을 입힌 뒤 총을 내려놓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범죄를 저지른 뒤 자살을 한 사람도 102명 중 33명이나 된다.

▼범죄후에도 도망 안해▼

뉴욕주에서 총기난사사건을 일으켰던 17세 소년 앤서니 바바로가 감옥에서 자살하기 전에 남겨놓은 메모는 이들 총기난사사건의 범인들이 보이는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그는 이렇게 썼다. “아마 나는 내가 가장 미워하는 사람, 즉 나 자신을 죽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내게는 용기가 없었다…그래서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나를 죽여주도록 해야 했다. 그 방법은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040900rampage-killer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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