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모형비행기 제작 '나래트' 김조권사장

  • 입력 2000년 4월 24일 22시 19분


올해 47세인 ㈜나래트의 김조권사장은 밤이면 집을 나와 어두운 하늘에다 모형 비행기를 날린다. 밝은 시간에는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까 봐 낮을 피해 어두운 밤시간에 자신이 개발한 제품의 성능 시험을 해보는 것이다.

그럴때마다 아내는 "다 늙은 사람이 무슨 짓인지…" 라고 불평하지만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기만 하다.

법대를 나온 김사장은 딱딱한 전공과 거리가 먼 인생을 살고 싶었지만 졸업 후 대기업 샐러리맨 생활을 해야 했다.조직생활이 자신의 생리에 맞지 않다는 걸 깨달은 김사장은 중년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첫 작품은 외국악기인 팬파이프의 국산화.1년반 이상을 매달린 끝에 성공,적잖은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모형비행기(글라이더)도 어린 시절부터 관심이 많았던 분야였다.그전부터 모형비행기 매니아들과 어울리곤 했지만 본격적으로 나래트를 차려 모형비행기 제작에 뛰어든 건 96년이었다.

'괜찮은' 글라이더 하나 국내에서 만들어내지 못하는 걸 보고 "그럼,내가 한번 직접 해보자"는 심정으로 회사를 차렸다.

"모양이 좋으면 기능이 떨어지고,기능이 우수하면 모양이 별로인 게 우리 글라이더 제품의 한계였습니다."

모양과 기능,두가지를 모두 갖춘 글라이더 개발이 김사장과 나래트에 떨어진 숙제였다.

지난 3년여간 출원한 특허만도 27건.하지만 상품화한 것은 아직 3건 밖에 안된다.

"개발하는 재미에 팔려 상품화를 미루고 미루고 하다보니 상품화한 게 몇가지 안됩니다."

나래트의 제품은 1만원 안팎의 저가이지만 동력없이 100m 가량을 날 수 있다.변형 날개에다 랜딩기어까지 제법 진짜 비행기 모양새도 갖췄다.

김사장은 "이제부터는 그동안 개발했던 걸 본격적으로 제품으로 내놓을 것" 이라고 말했다.이와함께 백화점 문화센터나 학습교재로만 보급됐던 제품을 양산해 시중에서도 판매한다는 계획.

김사장은 취학이전의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겠다 고 말했다.어른들도 글라이더를 즐기는 때가 되면 김사장이 밤 외출 나설 일도 없어질까. 02-503-5951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