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春困症(춘곤증)

  • 입력 2000년 4월 23일 20시 56분


慾-욕심 욕 困-곤할 곤 隱-숨을 은

遁-숨을 둔 曉-날샐 효 啼-울 제

봄이 되면 누구나 食慾(식욕)도 떨어지고 피곤하며 몸이 쑤셔온다. 그래서 봄은 나른한 계절. 만물이 제철을 만나 야단들이지만 정작 인간만은 겨우내 움츠렸던 몸이 아직 따뜻한 햇살에 적응을 하지 못해 굼뜨기만 하다.

특히 점심이라도 먹고 나면 쏟아지는 잠 때문에 주체하기 힘들 때가 많다. 이름하여 春困症(춘곤증), 봄만 되면 나타나는 인간의 정상적인 생리현상이라고 한다.

때로 잠시 낮잠에 빠지다 보면 그야말로 一場春夢 (일장춘몽)을 경험하기도 한다. 우리네 인생도 알고 보면 나른한 봄날 잠시 낮잠에 빠져 꾸게 되는 한 바탕 꿈과 같은 것, 맘껏 富貴榮華(부귀영화)를 누린들 깨고 나면 아쉽고 허무하기만 할 뿐이다.

孟浩然(맹호연·689∼740)은 唐(당)의 시인으로 田園(전원)과 隱遁(은둔)생활을 주로 읊었다. 그 역시 春困症 때문에 깜빡 잠이 들었는데 그만 아침 동이 트고서도 한 참 있다가 일어났다. 알고 보니 간 밤에 비까지 온 것 같았다.

하지만 맑게 개인 봄날의 아침은 그 어느 때보다 상큼했으며 새 소리까지 들려오니 얼마나 운치가 넘치겠는가. 그래서 즉흥적으로 붓을 들어 시 한 수를 썼다.

春眠不覺曉(춘면불각효)-곤히 자다보니 날새는 줄 몰랐네

處處聞啼鳥(처처문제조)-여기 저기 들려오는 새들의 노래

夜來風雨聲(야래풍우성)-밤새 비바람 몰아쳤는데

花落知多少(화락지다소)-꽃잎은 얼마나 떨어졌을까?

너무도 유명한 春曉 (춘효)라는 五言絶句(오언절구)다. 나른한 봄날이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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