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11월 7일 美 대선 고어-부시의 고민

  • 입력 2000년 4월 23일 20시 00분


지난달 7일 이른 바 ‘슈퍼 화요일’ 예비선거 결과 앨 고어 부통령(민주)과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공화)가 사실상 양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됐다. 이제 관심은 11월7일(현지시간) 실시될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각당의 부통령후보인가 하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대통령후보를 도와 대선고지에 함께 오를 러닝메이트의 득표력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러닝메이트가 승부 좌우"▼

고어와 부시 진영 모두 마땅한 부통령후보를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양 진영은 서로 이유만 다를 뿐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민주당은 중량감있는 인물이 없어 말 그대로 구인난을 겪고 있다. 반면 공화당에는 부통령후보가 될 만한 거물급 인사가 넘치지만 누군가 선뜻 앞으로 나서지 않아 애를 태운다.

민주당의 경우 8년 동안 집권한 빌 클린턴 대통령의 그늘이 너무 넓고 크다는 것이 문제다. 연임한 클린턴 대통령은 임기 초반에는 의료보험 개혁을 비롯, 진보적인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 실패했다. 1994년 상 하원은 물론 주지사 선거에서도 공화당에 완패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잠재적인 부통령 후보군이 대거 낙선해 ‘인물의 씨’가 말라버린 셈이다. 이를테면 클린턴이 첫 당선된 92년 선거에서 부통령감으로 꼽히던 해리 워포드 전 연방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주), 리 해밀턴 전 연방 하원의원(인디애나주), 마리오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 앤 리차즈 전 텍사스 주지사 등이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것이다.

▼민주 "중량급이 안보여…"▼

클린턴은 당시 연임 가능성이 불투명해지자 민주당다운 정강정책을 버리고 중도노선으로 급선회하고 민주당 의원들을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했다. 당시 핵심참모였던 딕 모리스의 이른바 ‘삼각구도 만들기’를 따른 것이다. 이 전략은 민주당과 공화당을 양극단으로 몰아붙이고 이같이 극단적인 구도를 가진 의회에 대항하는 중도적인 꼭지점으로서 클린턴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96년 대선에서 클린턴은 재선에 성공했지만 민주당은 공화당으로부터 의회 다수당의 지위를 찾아오지는 못했다.

더구나 98년 초에 터져나온 전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과 위증혐의로 빚어진 탄핵정국에서 클린턴은 민주당 의원들을 ‘총알받이’로 동원했다. 이 통에 민주당도 클린턴과 함께 도덕적 상처를 나눠 입었다.

민주당에서 조 리버먼(코네티컷주),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캘리포니아주)이 부통령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이같은 ‘클린턴의 그늘’을 벗어 던지려는 몸부림이다. 두 사람은 탄핵정국에서 이례적으로 클린턴의 비윤리성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소수인종인 유대계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고어 진영에서 러닝메이트 후보로 입에 오르는 인사들이 적지 않지만 하나같이 전국적인 지명도에서 처진다. 지역적으로 중부에서는 에번 베이 인디애나주지사, 남부에서는 밥 그래엄 플로리다주지사와 제임스 헌트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서부에서는 게리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꼽힌다. 인종적으로는 최근 인구가 급증한 중남미계를 의식해 빌 리처드슨 에너지장관이, 여성계에서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딸인 캐슬린 케네디 타운젠드 메릴랜드주 부지사와 진 셰힌 뉴햄프셔 주지사 등이 가능성이 있다.

92년 클린턴을 위해 부통령후보로 고어를 천거했던 워런 크리스토퍼 전 국무장관이 8년만에 다시 민주당에서 러닝메이트 검토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공화당의 경우 부통령 후보감들은 넘쳐난다. 흑인 최초로 합참의장에 올랐던 콜린 파월이 대표적. 클린턴이 96년 선거 때 그가 공화당 대통령후보로 나올까봐 가장 두려워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본인이 불출마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번에 부시 지사와 경합하면서 7개주 예비선거에서는 그를 앞지른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주)이 부통령 후보직을 수락한다면 그보다 나은 구도는 없다. 그는 민주 공화 양당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유권자와 부동층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 지사는 다음달 9일 피츠버그에서 그를 만나 ‘직접 그의 눈을 쳐다보면서’ 속내를 알아보고 설득할 예정. 하지만 아직까지 매케인의 태도는 부정적이다.

▼공화 "매케인이 좋은데…"▼

이밖에도 공화당에 ‘차선책’이 많다. 대통령 후보경선을 중도 포기했던 엘리자베스 돌 전 미적십자사 총재는 최초로 여성 부통령 후보로 나선 84년 민주당의 제럴딘 페라로보다 득표력이 나을 것으로 평가받았다. 동부 요충지 펜실베이니아주의 톰 리지 주지사, 영화배우 출신 대중 정치인 프레드 톰슨 상원의원(테네시주), 베트남 전쟁포로 출신 영웅 척 헤이걸 상원의원(네브래스카주)도 부통령 후보로 손색이 없다.

민주당의 한가지 이점은 정 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일정(8월14∼17일)이 공화당(7월31일∼8월3일)보다 늦게 돼 있다는 것. 공화당이 결정하는 부통령 후보를 우선 보고 ‘대항마’를 고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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