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천수-이나모토 "때는 왔다"…스타 탄생 예고

  • 입력 2000년 4월 19일 19시 14분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면 그라운드에서는 스타가 탄생한다.’

최고의 라이벌 대결로 펼쳐지는 26일 한일 축구국가대표팀간 경기가 새로운 밀레니엄 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의 이천수(19·고려대)와 일본의 이나모토 준이치(21·감바 오사카)가 바로 그 주인공. 둘은 각각 플레이메이커와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은 다르지만 대표팀에서 가장 나이가 적다는 것 외에도 닮은 점이 많다.

우선 둘은 나란히 양국 대표팀 새 천년 첫 국제무대를 통해 급부상했다. 이천수가 지난달 홈에서 열린 아시안컵 예선전때 처음 국가대표에 발탁돼 성인 무대에서도 통하는 기량을 입증했다면 이나모토는 2월 홍콩에서 열린 칼스버그컵을 통해 확실한 대표팀 주전 자리를 꿰찼다.

축구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점도 마찬가지. 이천수는 국내 최강 부평고 시절 이미 청소년 대표팀에 발탁됐고 프로팀 감바 오사카 유스클럽에서 체계적으로 축구를 배운 이나모토는 99년 프로에 직행해 2년간 77경기에서 10골을 기록하며 일본 축구 최고의 샛별로 성장했다.

올림픽대표팀에 대한 아쉬운 추억도 공통분모다. 이천수는 지난해 올림픽팀에 18세의 나이로 발탁됐으나 중도 하차했고 이나모토는 지난해 1차 예선때 컨디션 난조로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양팀 감독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허정무감독은 “이천수가 경험이 부족해서 그렇지 고종수나 윤정환을 능가할 수 있는 저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트루시에 일본팀 감독 역시 “내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모델에 가장 근접해 있는 선수”라며 이나모토를 극찬한다.

두 선수의 플레이스타일은 정반대. 닮은 점이라면 나란히 자국 축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천수가 재치있는 스루패스, 크로스패스로 상대 수비라인을 단숨에 흔들어 놓는 섬세한 플레이가 돋보인다면 이나모토는 정확한 위치선정과 과감한 맨투맨 마크로 상대 공격의 맥을 끊는 선 굵은 플레이가 장점이다. 공격 때도 이천수가 골키퍼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방향을 살짝 바꾸는 재치있는 슈팅으로 골을 기록한다면 이나모토는 강력한 중거리 캐넌슛이 주특기.

허감독은 “이천수나 이나모토나 양국 축구의 미래를 걸머진 최고의 유망주”라며 “이번 한일전은 두 샛별이 진정한 스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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