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스]그랑블루 "응원문화 새장연다"

  • 입력 2000년 4월 19일 11시 50분


【프로축구 응원문화에 새장이 열렸다. 한때 ‘헛발질’만 하던 프로축구가 부활의 롱슛을 날리고 있다. 프로축구 제2의 전성기. 그 뒤엔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 배번 12. 그라운드의 12번째 선수. 서포터스가 그들이다. 선수들이 발로 축구를 한다면 그들은 입과 온몸으로 축구를 한다. 몇몇 구단들은 배번 12를 영구 결번시켰다. 그리고 서포터스에게 12번을 선물하기도 했다. 현재 각 프로구단마다 500∼6000여명의 서포터스들이 있다. 치어리더의 화려한 몸 동작 대신 서포터의 끓는 혈기를 보는 재미로 축구장을 찾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프로축구 문화에 새장을 연 서포터스.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 본다. <편집자>】

1.수원 삼성 ‘그랑블루’

①승리를 부르는 응원가 “알레알레 블루윙, 오∼”

지난 10일 수원 종합운동장. 프로축구 수원삼성-안양LG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후반 휘슬이 울리자마자 용병 비탈리의 대포슛. 수원삼성의 역전골이 터졌다. 순간 응원석엔 고개를 내렸던 대형 깃발들이 벌떡 일어선다. 오색 색동종이가 그라운드를 덮는다. 하얀 두루마리 휴지가 꼬리를 흔들며 하늘을 가른다. 둥둥둥 북소리. 두 팔을 번쩍 들어 힘껏 함성을 지른다. 젊은 야성이 꿈틀거리며 장관을 연출한다.

후반 40분께 수원의 승리를 확인하는 이경우의 쐐기골이 터진다. 현장진행 문성진씨(24·순천향대 2년 휴학)의 선창에 맞춰 애창곡 ‘알레알레 블루윙’이 그라운드를 가득 메운다. 비틀스 원곡을 번안한 이 노래는 ‘알레알레 블루윙, 오∼’가 가사의 전부다. 쉽게 배울 수 있고 열기를 돋우기에도 제격이다.

이들은 어떻게 만날까. 경기시작 2시간전. 수원경기장앞 등나무벤치는 서포터스들로 북적댄다. 각 그룹별로 만남의 장이다. 항상 통신으로만 얘기하다가 이곳에 오면 모두가 친구고 동지다. 외2문 출입구는 서둘러 입장하려는 서포터스들로 항상 만원사례. ‘그랑블루’이회장은 “회원관리를 ‘사이버 윙즈(하이텔등)’와 ‘기타 소그룹(어피너티 센슈얼아배등)’으로 구분, 관리에 효율화을 기했다”며 “각 그룹담당 책임자들이 모이는 운영진회의에서 주로 현안들을 결정한다”고. 이들은 평소 독자적인 활동을 하다 경기장에서는 하나로 뭉쳐 최대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날렵함을 보인다. 또한 운영에 있어서도 구단측의 지원을 최소화, 입장료 유니폼 할인과 버스제공때 비용의 절반부담등 ‘순수응원’을 강조한다.

수원 삼성블루윙즈 서포터스 ‘그랑블루’는 지난 95년 PC통신 하이텔 축구 동우회가 모태다. 이민재회장(35·회사원)을 비롯한 20여명이 팀 창단과 함께 조직, 지금은 회원수 8000여명의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들은 경기시작 1시간전에 입장해 90분 아니 연장전 내내 자리에 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 ‘인간적인’응원문화가 서포터스의 철학이다.

이들은 컴퓨터 통신이 주요한 의사소통 수단. 경기가 없는 날은 거의 대부분 사이버 공간이 ‘축구 경기장’이다. 또한 ‘그랑블루’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거의 모두 이곳에서 정해지고 해결된다. 주 연령층이 중고생들이지만 대학생이나 직장인이 실질적 책임자로 살림을 꾸려간다. 또 경기가 있는 날 외에도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응원 연습과 함께 축구에 대한 서로의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고 친목을 도모한다. 이 사이버 공간은 초등학생부터 40대 직장인에 이르는 회원들의 뜨거운 논쟁과 토론의 장이기도 하다. 지난 10일 수원경기를 하루 앞두고 서포터스 소모임 ‘어피너티’(http://cafe2.daum.net/Cafe-bin/intro.html?cafe=affinity0710)에 뜬 내용이다. 글쓴이ː ‘지현부인’

“낼 안양전있져?

이길거라 믿습니다!!!

글구 우리팀이 아직 한번도 제대로 이긴적이 없어여...

작년같지 않습니다.....

이제 3시간 후면 정팅있는데...

갈수 있을지.........

낼 경기도 못갈뻔했는데...

다행이 갈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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