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월드]英그룹 '첨바왐바' 3년만에 새앨범 발표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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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계의 ‘귀여운 테러리스트’인 영국 8인조 그룹 ‘첨바왐바’(Chumbawamba)가 지난주 3년 만에 신보 ‘WYSIWYG’(What You See is What You Get·보이는 대로 갖기)를 발매하며 본격적인 활동 재개에 나섰다.》

1982년 발매한 첫앨범 ‘Pictures of Starving Children Sell Record’(굶주리는 애들을 보여주며 음반을 판다네)로 당시 ‘We are The World’로 대표되는 팝계의 아프리카 기아 아동 구호활동을 상업주의로 꼬집었을 정도로 줄곧 기성문화에 대한 통렬한 풍자를 잃지 않았던 ‘첨바왐바’.

하지만 여느 팝그룹과 비슷한 솜사탕같은 사운드, 스카와 랩 등을 오가는 다양한 음악적 취향 탓에 종종 그저그런 유로팝 그룹 중의 하나로 오인되기도 했다. 1997년 영국 차트 1위에 오른 히트곡 ‘Tubthumpting’(열변)도 현지에서는 ‘노동계급의 찬가’(working-class anthem)로 평가받았지만, 10대 보이그룹에 버금가는 경쾌한 댄스비트 덕에 국내에서는 서울 강남의 나이트클럽에 울려 퍼지기도 했다.

‘WYSIWYG’에는 이들의 음악적 다양성을 업그레이드시키면서 브레이크 없는 자본주의에 드리워진 그늘을 짚는 노래 22곡이 실려 있다. 겉으로만 보면 평온한 표정의 개 한 마리가 있지만, 풀어 헤쳐보면 그 개가 다른 개로부터 뒤에서 ‘겁탈’당하고 있는 이 앨범의 표지는 그들의 사회적 주장을 상징한다.

타이틀곡 ‘She’s Got all the Friends that Money Can Buy’(그녀는 돈으로 살 수 있는 모든 친구를 갖고 있어요)는 제목만으로도 금방 와닿는 메시지의 가사를 경쾌한 코러스에 얹었다. 보컬리스트 던스턴 브루스는 “좋은 집안 배경으로 사회적으로 출세했지만 결국 머리는 텅 비어 자기주장도 못 펴는 일부 현대인들의 위선을 꼬집었다”고 말한다. 레게에 관악기 음을 뒤죽박죽으로 엮어낸 ‘WWW Dot’은 루퍼트 머독과 빌 게이츠의 뉴미디어 독점에 따른 폐해를 꼬집기도 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Tubthump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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