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美주가 대폭락]국내증시에 '직격탄' 우려

  • 입력 2000년 4월 16일 19시 01분


미국 증시의 주가 폭락은 이미 침체 상태에 빠진 국내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고 호재보다 악재의 파급 효과가 컸던 최근 상황에서 ‘미국발(發) 대충격’은 시장체력이 소진돼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텨온 국내 증시를 위험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총선 후 종합주가지수 780∼800을 지지선으로 판단했던 증권 전문가들은 장세 전망 자체를 피하고 있다.

▽미 증시 영향력 급증〓올 들어 국내 주가지수는 미국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지수의 등락에 따라 춤을 추는 동조화현상을 보여왔다. 미 증시의 국내 영향력은 1·4분기(1∼3월)를 지나 4월에 들어서면서 더욱 두드러지는 양상.

또 코스닥지수는 일간변동률이 장중변동률보다 큰 예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전날 미국 주가의 등락이 국내 증시에서 장중 발생하는 재료보다 지수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

LG투신운용 양유식팀장은 “현재 국내 증시 지수는 미 증시 지수와 동행한다고 볼 수 있다”며 “국내 증시가 자생적인 힘으로 지수를 끌어올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안국면 장기화될 수도〓미 증시는 당분간 작은 규모의 등락을 지루하게 반복하는 ‘L자형’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상승에 따른 금리인상 우려와 함께 인터넷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 ‘신경제’ 주식에 대한 적정가치 논란이 더욱 불거지면서 주식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따라서 국내 거래소시장 첨단 종목과 코스닥시장 유사 종목들이 이 영향권에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자금을 빼내갈 수 있기 때문. 외국인은 14일 거래소에서 1700여억원, 코스닥시장에서 600여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미국내 시장상황이 부담스러운데다 한국시장을 투자 대안으로 삼기에는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의 첨단기술 종목은 소프트웨어(SW) 관련주가 많지만 국내는 제조업 관련주가 상대적으로 많아 한국이 미국보다 거품이 덜 끼어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주식시장 전망의 변수〓외국인 동향이 국내 증시 동향의 나침반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 증시 폭락→외국인 이탈→주식 투매→주가 폭락의 상황. 이 경우 국내 투자자들의 심리가 꽁꽁 얼어붙을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자자금을 급하게 빼내갈 외국인의 비율이 전체의 10%선으로 크지 않고 1·4분기(1∼3월) 기업실적이 대폭 호전된데다 무디스사의 은행 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 남북정상회담과 연계된 북한 특수 등 호재도 적지 않아 방어벽을 형성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ING베어링증권과 골드만 삭스 등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은 최근 한국 시장에 대해 매수의견을 제시해 낙관적 전망을 했다.

LG투신운용 양팀장은 “종합주가지수는 700선까지 떨어질 수 있고 코스닥지수는 지지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5월까지는 양 시장 지수가 바닥권까지 하락한 뒤 반등의 계기를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이철용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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