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거포'로 돌아온 심재학

  • 입력 2000년 4월 13일 19시 42분


'거포'가 옷을 갈아입고 돌아왔다.

LG에서 부동의 4번 타자로 활약하다 지난 시즌 투수로 '깜짝 변신'했던 심재학(28·사진).

지난해 10월 선발투수 최원호와 맞트레이드돼 현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그가 강타자의 면모를 다시 찾고 있다.

심재학은 시즌 7경기를 치른 12일 현재 타율 0.259에 홈런 3개(팀내 3위), 타점 7점(팀내 공동 3위)로 차츰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고 있는 것.

서울 충암고 시절 간판 투수와 타자로 명성을 떨쳤던 심재학은 고려대 1학년때부터 국가대표 4번을 도맡으면서 '투수 폐업'을 선언했었다.

99 시즌 투수난에 허덕이던 LG는 투수소질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더구나 싱싱한 어깨를 지닌 그에게 전업을 '반강제적'으로 제의했다.

그러나 주위의 기대와는 달리 그는 15경기에 나와 3승3패에 평균자책 6.33으로 투수 전업에 실패. 후반기에는 1군에 얼굴을 디밀지도 못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왼손 거포가 절실히 필요한 현대의 '러브콜'을 받아 5년 동안 몸담았던 정든 팀을 떠나 새 둥지에서 다시금 타자로 나섰다.

94년 니카라과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3번과 4번으로 나란히 나서 기적 같은 준우승을 일궈냈던 박재홍과 대표팀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한 팀에서 의기투합하게 된 것도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지난해 12월 미국 전지훈련에서 병역특례를 받기 위해 귀국한 첫날.

그의 서울 영등포집이 화재를 당해 큰맘 먹고 구입한 방망이 등이 불에 타버렸다.

이상하게 풀리지가 않은 것. 그러나 이는 큰일을 앞두고 생긴 '액땜'일 수도 있다.

심재학은 시즌 4번째 경기인 두산과의 1차전까지만 해도 타율 0.188로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5번 타자 자리를 놓고 심재학, 이숭용, 신인 전근표를 놓고 저울질하다 심재학으로 최종 낙점한 '그라운드의 여우'김재박감독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 무렵.

'스타는 위기에 강하다'고 했던가.

심재학은 9일 두산과의 2차전 1회말 팀의 5연승에 기폭제가 된 3점 홈런을 터뜨리고 6회에도 왼쪽 안타를 쳐냈다.

11일 삼성전에서도 비록 팀이 패배했지만 팀의 유일한 홈런을 기록했다. 12일도 팀의 첫 안타를 기록했다.

최근 3경기에서 11타수 4안타(2홈런)로 팀내 타자 중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것.

삼성에 내리 2연패를 당해 상승세가 꺾인 현대. 심재학이 팀 재상승의 중심에 설 것이 분명하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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