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火魔 원전 덮칠라" 울진 초긴장

  • 입력 2000년 4월 12일 23시 17분


“원전과 화약고를 지켜라.”

12일 밤 강원 삼척지역의 불이 경북 울진으로 번지면서 울진원전에 비상이 걸렸다. 또 동해에선 화약고에 불길이 닿는 것을 막기 위해 초비상상태에 돌입했다.

▼울진원자력 발전소▼

울진으로 번진 산불은 13일 오전 1시 현재 북면 부구리에 있는 원전에서 직선거리로 3㎞ 떨어진 검성리 일대 야산까지 확산되다 주춤한 상태. 하지만 울진소방서는 산불이 13일 오전 중 원전 부근까지 번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소방본부와 울진원전측은 이에 따라 12일 재해비상 조치를 발령하고 원전 주변 야산에 소방차를 동원해 물을 퍼부었다. 또 공무원 등 500여명과 소방차 2대, 급수차 6대를 원전 앞에 비상대기시키고 있다.

원전측은 원전에서 2㎞ 떨어진 곳에 폭 50∼60m의 하천이 있는데다 원전 주변 반경 1㎞가 경계구역이어서 산이 없기 때문에 산불이 원전까지 번질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또 설사 불길이 닥친다 해도 원자로가 들어 있는 건물은 외벽의 시멘트 두께가 1m나 돼 방사능이 유출되는 등의 위기상황은 발생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진원전은 이번 산불로 울진∼동해간 송전선로가 손상돼 1, 3호기의 출력을 50%로 줄였으며 2호기 출력은 44%로 낮췄다. 또 원전과 2㎞ 떨어진 직원 사택 단지(800여가구)는 산과 연결돼 있어 직원 가족을 근남면 일대로 대피시켰다.

▼동해 화약고▼

동해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멘트 생산도시. 따라서 망상동에 있는 한국화약 동해지점에 시멘트광산 폭파용 등의 화약 40t이 보관돼 있다. 또 천곡동 해군 제1함대사령부에도 대형 화약고가 있다. 12일 오전 초속 20m의 돌풍을 타고 남하하던 불길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북상, 해군 화약고 부근으로 다가가는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 동해시는 마을마다 사이렌을 울리며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바닷가로 대피한 주민들은 “화약고에 불이 옮아 붙으면 도시 전체가 날아가는 것 아니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 다행히 군 화약고쪽으로 가던 불길은 오후 4시경 기세가 꺾인 상태. 그러나 언제 또 불길이 번질지 몰라 시민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국화약측은 이날 오후 6시경 보관중인 폭약 뇌관을 모두 화물트럭 6대에 실어 강릉시로 옮겼다.

또 삼화동 쌍용시멘트 동해사업소와 삼척시 적로동 동양시멘트 등 동해와 삼척시 곳곳에 흩어져 있는 시멘트 사업소들도 보관 중이던 화약을 트럭에 옮겨 실은 채 비상 대기하며 불길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울진동해〓이혜만남경현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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